
양강도 갑산군의 농촌들에서 식량이 바닥나 굶주리는, 이른바 ‘절량세대’가 크게 늘어나 군당위원회가 농장원 세대에 대한 긴급 전수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가을 분배받은 몫이 적었던 데다 올해 여름 폭염까지 겹치면서 농장원들의 식량난이 예년보다 한층 심각해졌다는 전언이다.
2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갑산군당은 지난 8일 군내 농장들에 긴급 지시문을 내려 식량이 완전히 떨어져 당장 끼니를 잇지 못하는 농장원 세대가 얼마나 되는지 전수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소식통은 “갑산군 농장들에서 지난해 분배가 부실하게 이뤄진 탓에 가족 전체가 제대로 먹지 못해 몸을 일으키지 못하거나 농장 일에 나오지 못하는 세대들이 늘고 있다”며 “군당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긴급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농촌에서는 통상 이맘때면 식량이 떨어지는 농가가 늘어나고, 이에 하부 말단의 분조나 작업반 단위로 관련 상황이 상부에 보고된다. 그러나 올해 갑산군에서는 예년보다 식량난을 호소하는 세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군당은 각 농장들에 농장원 세대를 일일이 방문해 식량 보유 실태를 직접 파악하고 당장 굶주리고 있는 세대가 몇 세대인지 구체적인 수치를 보고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조사는 작업반장들이 담당 농장원들의 집을 찾아가 쌀독과 식량 보관 상태를 눈으로 확인하고 해당 세대가 최근 며칠 동안 몇 끼를 굶었는지 등 실제 겪고 있는 상황을 가감 없이 리당에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다만 작업반장들은 물론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소식통은 “사람들은 ‘조사한다고 당장 먹을 강냉이(옥수수)가 어디서 새로 생기겠느냐’, ‘굶어 죽을 지경이 되니 이제야 실태를 조사한다’는 말을 한다”며 “조사 자체를 반기기보다는 씁쓸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주민들 속에서는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 농사 결산과 분배 과정에서 농장원들에게 돌아간 몫이 턱없이 적었던 점이 지목되고 있다.
소식통은 “지난해 수확 이후 국가가 거둬간 알곡의 비중이 너무 커서 실제 농민들 손에 들어간 몫은 몇 달 치도 안 되는 수준이었다”며 “봄부터 이미 강냉이죽도 못 먹는 집들이 수두룩했는데, 올여름 폭염까지 겹치면서 농장원 세대들의 생활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 작업반장들이 무더위 속에서 집마다 돌며 쌀독을 열어봤지만, 뉘집이라 할 것 없이 하나같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라 조사에 나선 작업반장들조차 참담함을 금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번 조사의 목적을 두고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군당이 실제로 도울 생각이 있어서 조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식량난으로 인한 농장원들의 민심 동향을 살피고 이탈을 막기 위한 명목상의 조사인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수조사 결과에 따라 군당이 일부 절량세대에 긴급 구호 식량을 지원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현지에서는 농장원 분배 몫이 부족해 매년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데 대한 근본적인 해결법이 없는 한 실태조사와 일시적인 지원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