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고, 외상 당기되, 사상은 섞이지 말라”…대중관계 원칙 제시

정치·내부 안전 문제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하라 주문…북중관계 고조 정세 틈탄 사상적 해이 경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박태성 내각총리가 전날(10일) 오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양국 간 전략적 협조를 강화하고 주권과 안전, 발전 이익을 수호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내부의 사상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내각에 중국과의 대외관계에 관한 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강원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중앙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이후 조중(북중)관계가 표면적으로 고조된 정세를 틈타 내부의 사상 기강이 해이해지는 것을 막으면서 경제적으로는 실리를 극대화하기 위한 원칙이 담긴 지시문을 지난달 하순 내각에 긴급 하달했다”고 전했다.

이번 지시는 대외적으로 중국과의 밀착을 과시하면서도 실제로는 미국,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미묘한 삼각 저울질을 이어가려는 고도의 전략적 계산에 따른 것으로, 정치·안전 문제와 경제를 철저히 분리해 중국의 자금은 유연하게 유치하되 중국 문화 유입과 같은 사상적 침투는 강하게 통제하라는 내용이 핵심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대외경제 부문과 관련해 중국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돈가방을 열 수 있도록 일꾼들이 ‘융통성 있게 사업을 진행하라’는 파격적인 실리주의적 지침이 제시됐다.

또 대중 무역 절차나 통관 등에서 중국 측에 편의를 제공해 올해 하반기 외화 확보에 사활을 걸 것을 주문하면서, 정치적 마찰을 피하고 경제적 이득만 쏙 빼먹는 노련한 전술을 발휘할 것을 요구했다.

이렇게 경제적으로는 유연하게 대처할 것과 반대로, 정치 및 내부 안전 분야에서는 서슬 퍼런 칼날을 들이대며 철저한 이중적 태도를 취하라는 지침도 강조됐다. 이와 관련해 실제 지시문에는 “돈은 벌고, 외상도 당기되, 사상은 섞이지 말라”는 내용이 강조됐다고 한다.

특히 최근 시 주석의 방북 이후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 “이제 중국 주석이 방문했으니 국가에서 공식 승인하지 않은 중국 영화나 드라마를 봐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식의 유언비어가 나돌자, 안전기관과 협조해 이런 유언비어 유포자들을 강력하게 제지하고 비승인 녹화물 단속의 강도를 이전보다 훨씬 더 높여 사상적 외도를 절대 허용하지 말라고 못박았다.

소식통은 “중앙당이 중국을 향한 화전양면식의 미묘한 지시를 내린 배경에는 최근 러시아와 군사·정치적으로 지나치게 밀착하는 과정에서 중국이 조선반도(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전략적으로 거리를 좁혀오는 정세를 역이용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말했다.

미중관계를 의식하고 있는 중국의 약점을 쥐고 경제적 실리는 최대한 얻어내되, 내부 주민들이 중국식 개혁개방 풍조나 자본주의적 문화에 오염돼 체제 결속이 와해되는 것은 국경을 걸어 잠그듯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와 같은 지시문이 내려지자 원산시 인민위원회 외사, 대외경제 부문 간부들은 중국인들과 접촉할 때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중국풍에 물들었다고 걸려들까 봐 두려워하면서도, 당장 하반기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중국인들의 돈가방을 열게 할 방안을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외사부의 핵심 간부들조차도 “위에서는 ‘정치·안전 문제와 경제 분야를 칼로 두부 자르듯 명확히 나눠서 집행하라’고 다그치지만, 중국 돈을 들여오면서 중국 문화를 막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래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소리”라고 한탄하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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