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들어 평양 견학 활발…다녀온 지방 주민들 “완전히 딴 세상”

경제력 따라 참가 여부 갈릴 수밖에 없어…수도-지방 간 격차 확인시키고 양극화 각인시키는 역효과

평양 송화거리 야경. /사진=노동신문·뉴스1

4월 들어 북한 지방의 공장과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등 조직별 평양 견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주민들 사이에서는 “외국에 다녀온 것 같다”, “지방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는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29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이달 들어 현재까지 청진시, 회령시 등 주요 도시의 직장과 여맹들에서 평양 견학을 조직하고, 속속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평양을 다녀온 주민들은 하나같이 평양이 외국처럼 느껴질 정도로 완전히 다른 세상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체제 선전과 충성심 고취를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지방 주민들을 대상으로 평양 견학을 조직해 왔다. 코로나19 여파로 수년간 평양 견학이 중단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사업이 재개돼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견학은 생산 현장의 공로자나 혁신자, 모범 노동자를 선발하는 방식과 조직별로 참가 희망자를 모집하는 방식 등으로 나뉜다. 이번에 함경북도 주요 도시들에서 진행된 견학은 각 조직에서 참가를 원하는 주민들을 모집해 보내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견학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시작으로 혁명열사릉, 새로 조성된 현대식 거리와 상업·문화시설을 둘러보는 3박 4일 혹은 4박 5일 일정으로 짜여 있다고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조직 단위 견학의 경우 여행증명서 발급과 차표 구매가 수월하고, 표값도 국정 가격으로 매겨져 개별 방문보다는 부담이 덜한 편이다. 그러나 숙식비와 각종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결국에는 경제력에 따라 참가 여부가 갈릴 수밖에 없다.

소식통은 “평양에 한 번 가려면 최소 1000위안(한화 약 21만 7000원) 정도는 드는데, 이는 일반 주민의 2~3개월 치 생활비에 해당하는 큰돈”이라며 “결국 돈 있는 사람들만 갈 수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회령시에서 평양 견학에 참가한 주민 대부분은 해당 지역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으로 알려진 이들이라고 한다. 그런 이들조차 평양에 다녀와서는 “지방과의 생활 수준 격차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다”며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소식통은 “평양 견학을 가는 주민들은 지방에서 그래도 생활 수준이 괜찮은 주민들인데, 이들조차 갔다 와서 입을 딱 벌릴 정도”라며 “일부는 ‘평양 같은 데서 살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죽기 전에 저런 곳에서 살다 죽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평양에 다녀온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말 많이 발전했다”, “외국에 다녀온 것 같았다”, “텔레비죤으로 보다가 실제로 가보니 더 실감 났다”, “택시비도 유로화나 달러만 받았다”, “지방이 발전하려면 아직도 멀었다”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함경북도뿐만 아니라 양강도에서도 평양 견학 사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는 평양 견학에 가족 전체가 함께 나서는 경우도 있다”며 “가족 단위 참가 시에는 보통 최소 300~400딸라(달러)를 준비한다”고 전했다.

비용 부담으로 희망자가 많지 않은 조직에서는 경제력이 되는 집 가족 단위로 견학을 꾸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지방의 비교적 잘사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여행 수요가 증가하면서 평양 견학도 일종의 관광 소비 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어려운 경제적 형편에 평양 견학은 생각지도 못하는 주민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소식통은 “잘사는 사람들은 경험담을 나누며 웃음꽃을 피우지만, 못사는 사람들은 견학은커녕 눈뜨고 감을 때까지 먹고사는 걱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니 처지를 비관하며 한숨을 쉰다”고 전했다.

결국 북한 당국이 체제 결속을 위해 조직한 평양 견학이 역설적으로 수도와 지방의 극심한 격차를 확인시키고,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양극화 현실만 더 적나라하게 각인시키는 역효과를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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