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래 듣다 걸린 청년 “가사에 꽂혀 들었다”며 당당히 맞서

사건 심각하게 보고 강연회 조직…"청년들이 추구해야 할 사랑은 오직 혁명적 사랑과 동지적 사랑뿐"

북한 주민들이 외부 콘텐츠를 시청할 때 주로 사용하는 기기. 왼쪽부터 노트텔, 타치폰(스마트폰), MP4 플레이어. /사진=데일리NK

강도 혜산시의 한 20대 청년이 한국 음악을 듣다가 단속에 걸려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월 중순 혜산시에서 mp3로 음악을 들으며 외진 골목길을 홀로 걸어가던 20대 청년이 보위원의 단속에 걸려 붙잡혔다.

이 청년이 당시 듣고 있던 노래는 한국 가수 로이킴의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본다면’이라는 노래였는데, 조사 과정에서 보위원은 “썩어 빠진 한국 노래를 무슨 정신으로 들었느냐”며 강하게 추궁했다.

하지만 청년은 보위원의 강경한 태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처음의 설렘보다 이 익숙함을 소중해 할 수 있는 것’ 등 노래 가사의 구절구절이 평소의 내 생각과 꼭 같아서 꽂혔고, 그래서 들었다”며 맞섰다.

보위원은 이 청년의 당당한 자세에 큰 충격을 받았고, 청년들의 사상정신 상태가 썩을 대로 썩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 일을 크게 사건화했다.

이후 이 사건은 혜산시 당위원회에까지 보고됐고, 시당은 이달 초 시 청년동맹을 통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척결을 위한 강연회를 조직·진행했다.

실제 이달 초 열린 강연회에서 강연자는 이번 사건을 언급해 “적들이 주도한 반동사상문화의 침투로 우리 청년들의 정신이 얼마나 심각하게 썩어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강연자는 “노래 가사 하나에 자기 생각을 투영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당의 사상보다 개인의 감정을 앞세웠다는 방증”이라며 “노래는 결코 단순히 볼 게 아니라 사람의 넋을 빼앗는 무기이며 한국 노래 가사는 사람을 병들게 하는 ‘병마’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한국 노래를 듣는 행위는 단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병마와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간주해야 하며, 가사에 담긴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정서는 청년들의 집단주의 정신을 파괴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강연자는 “청년들이 추구해야 할 사랑은 오직 ‘혁명적 사랑’과 ‘동지적 사랑’뿐”이라며 “이색적인 사랑의 감정이 싹트지 못하도록 우리 청년들에 대한 사상교양 사업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청년동맹 조직에는 청년들이 소지하고 있는 각종 휴대용 기기와 저장매체에 대한 일제 점검을 실시하고, 불순한 정서가 담긴 노래를 철저히 소탕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다만 청년들은 강연회가 끝난 후 저마다 모여 “우리가 하는 사랑은 맨날 총폭탄이 되고 결사옹위하는 것뿐인데 한국 노래 가사는 진짜 내 마음을 누가 알아주는 것 같다”며 속내를 털어놨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이번 사건은 일반 주민들에게도 전해졌는데, “한국 노래 가사가 좋아서 들었다”며 보위원에게 당당히 맞선 청년의 태도가 주민들 속에서는 특히나 화제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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