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1일부터 북한 인민군 정례 하기훈련이 시작된 가운데, 북한군 총참모부 전투훈련국이 각 군단급 이상 지휘부에 절기 적응 중심에서 벗어나 실전 대응 중심으로의 전면적인 훈련 방향 전환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5일 “총참모부 전투훈련국은 지난달 29일 ‘훈련도 전투다, 훈련을 실전처럼’이라는 구호 아래 전투 지속력과 복합 기동 능력 점검 중심의 하기훈련 집행 방향을 담은 전신(電信) 명령을 하달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무엇보다 이번 훈련에서 강조된 것은 ‘전투 지속력’이다. 기존의 단기 충돌, 신속 종결형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전투력 소모 이후에도 작전이 가능한 병력과 장비 유지체계를 중점적으로 점검하라는 지시가 담겼다.
또 기존 지상군 단독 훈련 방식과 달리 이번에는 항공편대·무인기 부대·전자전 요소가 결합된 ‘복합 기동’ 방식의 훈련을 전개하라는 게 총참모부의 지시다. 북한군은 지난해부터 소형 드론 및 전자전 장비 배치를 확대해 왔는데, 이번 하기훈련에서 실전 테스트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총참모부가 제시한 훈련 구성도 기존과 사뭇 다르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실제 전쟁 발발 상황을 전제로 ▲지휘관 임의 대응 ▲도심 점령 ▲민간시설 활용 ▲실사격 확대 ▲후방 병종 등 비(非)전투 지원 단위의 전투화 등이 강조됐다.
먼저 지휘관 임의 대응 훈련의 경우, 지난해까지만 해도 상급 지휘부가 명령을 하달하면 하급 부대가 일률적으로 수행하던 방식이었으나 올해는 하급 현장 지휘관에게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돌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도심 점령은 각 군단 예하 연대급 이상 부대가 한국의 도시형 전장을 모의 설정해 실시하는 지역 통제 훈련이다. 이는 단순 국지 도발이 아닌 한국 내 주요 거점시설 장악 상황까지 상정한 실전 대비 훈련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총참모부는 실사격 비율을 기존 대비 2배 이상 확대하도록 했다. 이는 북한군 내부의 물자관리 원칙을 뛰어넘는 파격적 조치로, 실제 전시 상황에 근접한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후방부대의 역할에 변화를 준 점도 눈에 띈다. 실제로 ‘비전투 지원 단위 역시 전투력의 일부로 간주해 전투 단위와 동등한 긴장도로 훈련에 임하라’는 지침이 내려졌고 후방부대 병사들까지 후방 침투, 야간 교란, 대민 작전 등 모의 전투에 참여시키라는 지시도 있었는데, 이는 전투 지속력을 뒷받침 하기 위한 전력 재구성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런가 하면 훈련 내용 보고 체계도 기존 수직 보고 방식에서 실시간 쌍방향 피드백과 지휘부 간 교차 보고가 가능하도록 개선이 요구됐다. 실전 상황에서의 작전 유연성과 대응 속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소식통은 “일부 군관들 사이에서는 이번 하기훈련이 이전처럼 여름철 적응 훈련이 아니라 현대전을 가정한 실전 대응 훈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기존의 형식적인 훈련과 달리 실지(실제) 전쟁이 일어날 것 같다는 위기감을 바탕으로 긴장감을 끌어올려 전투 준비 태세를 면밀히 점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