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생활총화는 안 하고 총화록만 허위로…검열만 모면

한두 번만 하고 매주 한 것처럼 입맞춰…"생활총화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건 이미 고착화된 현실"

북한 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에 등장하는 생활총화 장면. /사진=조선중앙TV 화면캡처

북한 주민 통제의 핵심 제도인 ‘생활총화’가 형식적으로 이뤄지다 못해 아예 진행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각 조직에서는 상부 검열에 대비해 허위 기록만 남기고 있다는 전언이다.

1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한 공장의 청년동맹위원회는 지난달 말 공장 초급단체위원장 회의를 열고 생활총화가 진행되지 않은 날에도 총화를 집행한 것처럼 총화록을 작성해 두도록 지시하라고 주문했다.

이는 매년 6월마다 진행되는 상반기 조직생활 총화를 대비한 사전 조치로 보인다.

소식통은 “6월이면 시·군 청년동맹위원회 간부들이 각 공장과 학교에 내려와 조직생활 집행 정형(실태)을 불시에 검열한다”며 “한 공장의 초급단체는 올해 2월 16일과 4월 15일 두 번만 생활총화를 했는데도 초급단체위원장이 동맹원들에게 매주 생활총화를 한 것처럼 기록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어떤 초급단체위원장들은 동맹원들에게 ‘누가 물어보면 생활총화는 토요일마다 한다고 말하라’고 일러두기도 한다”며 “총화록을 정리할 때도 같은 색 원주필(볼펜)로 한꺼번에 쓴 티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고, 호상(상호)비판 내용도 반드시 한 줄 이상 포함시킬 것을 당부하기도 한다”고 했다.

생활총화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동맹원들을 단속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초급단체위원장들은 동맹원들의 총화록을 매달 회수해 그 내용을 자신의 사업 수첩에 옮겨 적고 있다. 검열 시 간부 회의록과 동맹원들의 총화록 내용이 일치해야 하기 때문이다.

상반기 검열을 앞두고 초급단체위원장들이 총화록 허위 작성을 지시한 것은 총화록이 해당 조직의 역량과 사상성을 평가할 수 있는 핵심 요소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시·군 청년동맹이 각 하부 조직을 평가할 때 생활총화 집행 여부를 우선 점검하고, 기록 누락을 발견하면 가차 없이 비판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초급단체 간부들은 주기적인 검열 시기가 되면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생활총화를 형식적으로 처리하는 건 이미 고착화된 현실”이라며 “실제 초급단체위원장들은 생활총화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동맹원보다 총화록을 잘 정리하는 동맹원들을 더 좋게 본다”고 했다.

사실 북한에서 생활총화가 형식화된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였다. 코로나19로 각종 모임이 제한되면서 생활총화도 순연되거나 열리지 않는 일이 잦아졌고, 주민들도 억지로 쥐어 짜내서 비판해야 하는 생활총화를 꺼리면서 실제 모임은 생략하고 총화록만 정리하는 일이 흔해졌다고 한다.

소식통은 “청년동맹뿐 아니라 직맹(조선직업총동맹)도 이런 식으로 하고 있다”며 “생활총화만 안 하면 살기 좋아질 거라고 말할 만큼 사람들이 생활총화를 꺼리니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생활총화는 북한 주민이라면 누구나 참여해야 하는 비판모임으로, 속한 조직별로 매주 한 번씩 모여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비판하는 정치활동의 한 형태다. 북한 당국은 그 내용을 기록한 총화록을 검열하면서 조직의 운영 실태와 구성원들의 충성도 및 사상성 등을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