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전역에서 ‘모내기 전투’가 시작된 가운데, 앞서 평양 일부 대학 당위원회 간부들이 연줄 있는 학생들을 농촌 동원에서 제외시켜 주려고 대학 기동예술선동대(이하 기동대)에 끼워 넣는 일이 벌어졌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15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지난 4월 말 장철구상업대학 당위원회 간부들의 공작으로 기동대 인원이 갑작스럽게 보충된 일이 있었다”며 “기동대에 들어가면 농촌 동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를 일종의 특혜로 여긴다”고 전했다.
북한의 대학들은 특정 시기나 계기에 농장, 건설장, 행사장들에 나가 노래와 만담 등 예술 활동을 통해 경제선동을 벌이는 기동대를 두고 있다.
평양의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의학대학 등 중앙대학에도 역시 기동대가 조직돼 있으며, 그중 북한 일류 대학으로 알려진 김일성종합대학 기동대가 특히 실력이 뛰어나기로 소문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능 특기생들로 꾸려지는 기동대는 해당 대학의 ‘얼굴’로 불릴 만큼 상징적인 존재로, 기동대에 선발되려면 노래, 악기, 화술 등 최소 한 가지 이상 분야에서 수준 높은 기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실력만으로 기동대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이맘때 농촌 지원 총동원 시기가 되면 대학들에서는 기동대원을 추가로 보충하고, 여기에는 학교 당위원회의 지명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소식통은 “대학 입학 당시 특기 시험에서 탈락해 기동대에 들지 못했던 학생들도 농촌 동원 시기가 되면 동원을 피하려 기동대 편입을 희망한다”며 “이때 대학 당위원회 간부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학 청년동맹 위원장이나 기동대 대장에게 특정 학생을 뽑으라고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특히 장철구상업대학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집 자녀들이 많이 가는 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넉넉한 집안 사정에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예능 교육을 집중적으로 받아서인지 특기가 없는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고, 그래서 간부들이 연줄이 있는 학생들을 기동대에 끼워 넣어도 크게 문제시되지 않는다는 전언이다.
더욱이 농사철에 농장들에 나가서 하는 예술 활동은 수준 높은 공연이 아니라 단순 경제 선동이기 때문에 기량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 때문에 대학 당위원회 간부들이 기동대원 추가 보충에 개입해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예술로 포장된 기동대가 실제로는 동원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다”며 “결국은 돈 있고 권력 있는 집 자녀들이 농촌 동원에 빠질 수 있는 특혜를 얻게 되는 구조인데, 이는 계층적 특권이 교육 현장에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