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국가제일주의’ 주제로 한 학습에 여맹원들 “지긋지긋”

여맹원들 "정작 해결해야 할 생활 문제는 외면한 채 추상적인 학습만 반복한다" 뒤돌아 냉소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4년 4월 10일 “여맹일꾼들과 여맹원들이 웅변모임을 진행하고 당의 지방발전 정책을 한마음 한뜻으로 받들어갈 열의를 분출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의 대표적 여성 조직인 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여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세운 이념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주제로 한 정치사상 학습을 조직하며 내부 결속에 나섰다. 그러나 정작 여맹원들은 냉소적인 반응을 쏟아냈다는 전언이다.

2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순천시 여맹은 4월 정치사상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18일 각 동·리 여맹에 ‘우리국가제일주의’를 주제로 한 학습을 진행했다.

학습은 ▲우리국가제일주의의 본질 ▲우리국가제일주의의 사상정신적 기초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들고 나가는 데서 나서는 과업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고 나가기 위한 방도 등에 관한 내용으로, 1시간 넘게 이어졌다.

학습에서는 인민의 존엄을 담고 있는 사회주의 조국의 위대성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는 것이 우리국가제일주의의 본질이며, 주체사상과 김정일애국주의가 그 사상정신적 기초라고 설명됐다.

또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들고 나가는 데서 나서는 과업에 대해서는 김일성·김정일의 국가건설 사상과 업적을 전반적으로 고수하고 계승하며, 김정은의 영도를 충직하게 받들어 경제·과학기술·문화 영역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그리고 우리국가제일주의를 높이 들고 나가기 위한 방도로는 높은 자주성, 높은 애국심과 같은 훌륭한 국풍을 적극 살려 나가면서 강국의 위상에 걸맞은 국풍을 계속 창조해나가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

이 같은 학습에 참여한 여맹원들 다수는 “우리가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원도 아니고 이런 낯간지러운 내용은 지긋지긋하다”며 뒤돌아 불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정작 해결해야 할 생활 문제는 외면한 채 매번 추상적인 학습만 반복하고 있다”며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학습을 마친 여맹원들은 대놓고 말은 못 하지만 ‘그저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것도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살아가는 것에 긍지까지 가지라는 것이냐’며 비판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우리 국가가 제일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이미 외부 세계에 대한 실상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 표출하지는 못해도 내적으로 냉소가 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은 여맹을 비롯한 당 외곽 단체와 조직을 중심으로 ‘우리국가제일주의’, ‘인민대중제일주의’와 같은 김 위원장의 통치 이념 및 담론에 관한 정치사상 학습을 지속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것이 주민들의 반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