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서 양수기 돌려야한다며 살림집 단전 통보…’헛웃음’

주민들 "언제는 국가가 전기 공급했나", "우리가 언제 전기를 쓰면서 요금을 냈나" 날선 비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황해남도 농촌 일대가 과학농사열의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된 가운데, 평안북도가 농촌에 최대한 많은 양의 전기를 보내주기 위해 주민 세대 전기 공급을 당분간 끊겠다고 해 주민들 속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평안북도 인민위원회가 6월 초까지 봄 농사를 위해 개인 세대에 공급되는 전기를 농장으로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두 달여 동안 살림집에 전기를 공급하지 않을 것임을 통보했다”며 “이달 중순 인민반 회의를 통해 이를 전달받은 주민들은 대놓고 헛웃음을 날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도 인민위원회는 올해 농사에 모든 인민이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달라붙어야 한다면서 창성군, 벽동군, 삭주군 등 농업을 주로 하는 지역에 전력을 부족함 없이 공급하려면 봄철 농촌지원 전투 기간 살림집 단전(斷電)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도는 당장 모내기를 앞두고 논에 물을 대려면 양수기를 돌려야 하는데 전기가 모자라 양수기를 돌리지 못하고 있다며 시내의 전기도 농촌으로 돌리고 농촌에서 사사롭게 쓰던 전기도 모두 양수기를 가동하는데 돌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기를 아주 끊게 돼 미안하지만 나라 사정이 어려워 전기 사용 요금은 이전처럼 그대로 다 걷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에 대해 도는 나라를 지원한다고 생각하고 따라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주민 세대에 불가피하게 전기 공급을 차단하지만, 애국하는 마음으로 전기 요금은 낼 것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국가가 언제 전기를 공급해 줬다고 살림집 전기를 농촌으로 돌린다는 것이냐”며 냉담한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주민들 사이에서는 “지금도 살림집으로 들어오는 전기가 거의 없는데 무슨 전기가 있어서 살림집에 올 전기를 농촌으로 보낸다고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는 형편인데, 전기를 끊는다고 인민반 회의까지 열어 요란하게 통보하느냐”, “상부에 잘 보이려는 도 인민위원회의 탁상행정이 가소롭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고 한다.

무엇보다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데 전기 요금은 내라는 요구에 주민들은 “우리가 언제 전기를 쓰면서 요금을 냈는가”, “계속 전기를 못 보면서도 하루 한 시간이라도 전기가 오면 요금을 냈는데 새삼스럽게 전기 공급이 안 돼도 요금을 걷겠다는 것은 무슨 우스운 일이냐”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에 1시간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날이 부지기수지만, 꼬박꼬박 전기 요금을 냈던 주민들이 날선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소식통은 “도 인민위원회의 방침을 통보하는 인민반 회의가 끝나고 귀가하던 주민들은 ‘중국은 밤에도 불이 환하다는데 우리는 언제쯤 중국처럼 되겠는가’, ‘압록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저쪽의 봄은 웃음과 낭만의 계절인데 우리는 태양판 충전 때문에 비가 오는 것을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산다’고 말하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