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구호판 도색 등 정비 사업 한창…비용은 모두 주민 몫

"주민들이 돈만 내고 효과도 별로 없는 일이 반복"…유지 보수 체계 확립하라 지시에 '한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일 “봄철위생월간 사업에 적극 참가해 일터와 마을을 더 아릅답게 꾸리자”라면서 평양향료공장을 조명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봄철위생월간’을 맞아 전국적으로 선전구호판 등을 정비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은 매년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정비 사업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봄철위생월간’을 맞아 조형물과 선전구호판 등을 정비하라는 평안북도 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현재 신의주시, 동림군, 태천군 등 평안북도 전역에서 선전구호판 도색 및 조형물 보수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신의주시에서는 도심에 설치된 선전구호판을 새롭게 도색하고, 김일성·김정일 우상화 상징물인 동상과 영생탑, 현지교시비 등 조형물을 보수하고 보호막을 보강하는 작업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매년 이맘때쯤 진행되는 정비 사업을 형식적인 사업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더욱이 도색이나 보수 작업에 쓰이는 재료를 대부분 주민 세외부담으로 충당하는 데 대한 불만이 크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매년 봄, 가을이면 선전구호판, 영생탑 등을 정비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지만 이런 사업들은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사업에 불과하다”며 “선전구호판의 경우에는 도색을 해도 3개월만 지나면 기존의 밑색이 드러나 오히려 더 흉물스럽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정비 사업에 필요한 재료를 각 단위에서 세외부담으로 자체 확보하다 보니 저렴하고 질 낮은 재료를 쓸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얼마 가지 않아 도색한 부분이 쉽게 벗겨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시가 내려왔으니 어떻게든 도색을 해야만 한다”면서 “결국 주민들이 돈만 내고 효과도 별로 없는 일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평안북도당은 ‘유지 보수 체계 확립’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전구호판과 조형물 정비를 시기적으로 진행되는 일회성 사업으로 여기지 말고, 정기적인 점검 및 보수 관리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정비할 것을 주문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말이 좋아 유지 보수지 거기에 드는 비용은 모두 주민들 몫”이라며 “유지 보수 체계를 확립하라는 도당의 지시는 결국 주민들에게 세외부담을 확대하겠다는 의미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도당은 이번 정비 사업 진행 결과에 대해 단위별로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며, 향후 현장 점검을 진행하겠다고 밝혀 주민들 사이에 한숨이 새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