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수산사업소들도 폭우에 피해 막심…외화벌이 ‘적신호’

압록강 범람으로 서해안 해수 염도 낮아져 양식장 조개 상당량 폐사…수산사업소들 '근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26일 ‘바닷가 양식을 대대적으로 전개하자’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서해 여러 바닷가 양식사업소들이 이달 들어 매일 평균 수백톤(t)의 다시마를 수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옹진바닷가양식사업소. /사진=노동신문·뉴스1

폭우에 이은 폭염으로 북한 서해안에 있는 수산사업소들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수산사업소들의 외화벌이에 비상이 걸렸다는 전언이다.

30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서해안 수산사업소 양식장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 수산사업소는 서해안 앞바다에서 가리비, 바지락, 피조개, 대합, 다시마, 미역, 김 등을 양식하는데, 최근 폭염과 폭우가 이어지면서 양식장 어패류 상당량이 폐사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특히 압록강 인근에 있는 평안북도 용암포, 철산군, 가도 등의 양식장은 지난달 말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하면서 서해 연안 해수 염도가 낮아진 것이 어패류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소식통은 “가리비와 바지락, 대합 등은 내달 출하를 시작해야 하는데, 성체가 되기 전 폐사하면서 올해는 수산사업소의 조개류 수출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폭우로 압록강이 범람한 지 한 달여가 됐지만 아직도 압록강의 흙탕물이 서해로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압록강 범람으로 인한 피해가 심각했다는 얘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수산사업소들은 조개류의 경우 한 번에 약 500톤의 물량을 1kg에 약 110위안(한화 약 2만원)의 가격으로 중국에 팔기 때문에 한 철 조개류 수출로 5300만 위안(약 100억원)의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조개 양식은 수확이 좋으면 100억 원 이상의 외화 수익을 올려주는 효자 상품이기 때문에 이번 폐사에 수산사업소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달 농어철이 시작되면서 어획 활동을 해야 했지만, 지난달 말 수해가 발생하면서 수산사업소들이 농어잡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 올 하반기 수산사업소들의 외화벌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지속해서 수산사업소들의 생산량 증대와 외화벌이 확대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9일에도 ‘바닷가 양식업은 발전 전망과 승산이 확고한 사업’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고 양식업을 통해 밥조개(가리비), 바스레기(바지락), 미역, 다시마, 굴 등의 수산물 양식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신포시 바닷가 양식사업소 건설 준비 사업을 현지지도하면서 “풍어동 지구 앞바다 수역에서 밥조개와 다시마 양식을 잘하면 척박하고 경제력이 약한 신포시가 3~4년 후에는 공화국의 시·군들 가운데서 제일 잘사는 부자시가 될 수 있다”며 “(이곳을) 새 세기 양식업의 본보기로 꾸리라”고 지시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올여름 폭우, 폭염으로 양식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수산사업소들 자체로도 올 하반기 외화벌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당의 지시를 관철하려면 어떻게든 외화를 벌어와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타개해야 할지 앞길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상황”이라며 “지금 서해안 수산사업소들의 상황이 다 비슷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