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평양에서 있었던 조선소년단 창립절 행사와 관련해 황해남도 사리원시의 한 학교 소년단지도원이 해임·철직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행사 참가자로 선발된 학생의 간부표식을 제멋대로 바꿔 다는 허위 행위로 문제시됐다는 전언이다.
9일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일은 한 학부모가 사리원시 당위원회에 소년단지도원에 대한 투서를 접수하면서 벌어졌다.
앞서 이 소년단지도원은 소년단 행사 참가자 환송 과정에서 한 소년단원의 간부표식을 임의로 교체해 달아줬는데, 한 학부모가 그 장면을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어 ‘이렇게 마음대로 간부표식을 바꿔 달아도 되느냐’며 시당에 고발한 것이 발단이 됐다는 설명이다.
북한의 만 7~13세 어린이·청소년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소년단에는 군(軍)과 유사한 계급 구도가 존재한다.
학교 대표(우리의 학생회장)라 할 수 있는 ▲소년단 위원장은 3줄에 별 3개 ▲단 부위원장은 3줄에 별 2개 ▲단 위원들은 3줄에 별 1개의 간부표식을 달고, 학급별로도 ▲분단 위원장은 2줄에 별 3개 ▲분단 조직부위원장(행정적으로 학급장)·사상부위원장은 2줄에 별 2개 ▲그 외 체육위원, 학습위원, 벽보위원, 위생위원 등은 2줄에 별 1개의 간부표식을 단다.
투서를 넣은 학부모가 문제 삼은 것은 학급장으로 소년단 대회에 참가한 소년단원의 간부표식(2줄에 별 2개)을 소년단지도원이 “너는 학급을 대표하는 학생이 아니라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으로 이번 행사에 참가하는 것”이라며 마음대로 학교 소년단 부위원장 간부표식(3줄에 별 2개)으로 바꿔 달아준 행위였다.
소식통은 “원래 이런 일은 흔히 일어나지만, 이번에 소년단지도원이 이 일로 해임·철직된 건 학부형들 간의 치열한 경쟁과 질투가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수도 평양에서 열리는 소년단 대회에 참가했다는 경력이 있으면 발전에 도움이 돼 일부 돈 있고 권력 있는 부모들은 이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식들을 참가시키려 눈에 불을 켠다.
본래 행사 참가자로 선발되려면 조직 생활과 좋은 일 하기, 학습과 생활에서 모범이 되는 등의 자격 조건을 갖춰야 하지만 이는 명목일 뿐 실제로는 돈과 권력이 선발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시(市)에서는 최종 7~8명 정도가 선발되는데, 소년단지도원들은 일단 최대한 많은 인원을 후보자에 올려두면서 돈 있고 권력 있는 부모들과 인맥도 쌓고 뒷돈을 챙긴다고 한다.
부모들은 입장에서는 자기 자식이 뽑히도록 하려고 힘도 쓰고 돈도 쓰지만, 어찌 됐건 참가 인원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이번에 시당에 투서한 학부형도 소년단지도원에게 뒷돈을 찔러주고 했는데 자식이 결국 선발 대상에서 밀려나게 되니 앙심을 품은 것”이라며 “주민들은 ‘간부표식을 허위로 달아주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무슨 그런 것으로 투서하느냐’며 비웃었는데, 갑자기 지난달 말 소년단지도원이 해임·철직돼 놀라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그는 “투서를 넣은 학부형이 만만치 않은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총비서(김정은 국무위원장) 동지를 기만한 일’이라는 민감한 정치적 문제로 다뤄져 결국 그렇게 마무리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