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 결석하는 北 학생들 늘어나…화목대 부담에 등교 거부

학교에서 학생들에 화목 비용 전가 당연시…돈 안내면 학교에서 공개 망신 당하기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4월 2일 “2022년 새 학년도가 시작되었다”면서 전날(1일) 새 학기가 시작된 각지 학교들의 사진을 실었다. 사진은 황해북도 사리원시 신양소학교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겨울철에 접어들며 북한 양강도 학교들에서 무단으로 결석하는 학생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에서 학교에 나가지 않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겨울철 화목대 재촉으로 학교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들에서는 10월 초부터 겨울나기 화목을 마련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월동용 화목 구입 비용을 바치도록 하고 있다.

실제 소식통은 “양강도는 북부 산간지대로 우리나라(북한)에서도 가장 추운 지역에 꼽힌다”며 “이런 기후 조건 때문에 혜산시 학교들에서는 겨울철이 되면 학생들에게 화목대를 부담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지방 인민위원회나 공장 기업소들이 교육기관의 겨울철 화목을 해결해주곤 했지만, 이런 관행이 사라지면서 학생들에게 비용을 전가해 겨울철 떌감을 해결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의 집안 사정이 넉넉지 않아 화목 비용을 바치지 못해 학교로부터 재촉을 받고 있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에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면서 최근 학교들에서는 무단 결석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학생들이 등교를 거부하는 것은 학교들에서 화목대를 바치지 않은 학생들을 학급 학생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며 “심지어 일부 학교에서는 화목대를 바치지 못한 학생들에게 ‘양심이 있으면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황당한 말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혜산시의 한 소학교의 담임 교사는 화목 비용을 내지 않은 학생이 교실에 들어서자 “너희 부모는 양심도 없다. 생활이 아무리 어려워도 자기 자식을 위한 화목대야 어떻게 해서나 내야 하는 게 아니냐”며 부모 욕을 하고는 학급 맨 뒷자리에 앉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교사들은 날이 갈수록 추위가 더욱 심해지자 학생들에게 화목대를 빨리 내라고 재촉하고 심지어는 “돈을 가지고 오라”며 수업에서 제외시키고 집에 돌려보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그런가 하면 혜산시의 한 고급중학교 학생은 어려운 집안 살림을 고려해 부모에게 화목 비용을 달라는 말을 하지 못해 아침에 학교에 간다고 하고 나와 온종일 밖을 돌아다니다 늦은 시간에 귀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예전 같으면 선생들이 결석한 학생의 학부형들을 찾아가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등교하든 말든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며 “그저 겨울철 화목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한 마음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