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학교 경리과장 비사회주의로 체포…집에서 한국 밥솥이?

배급용 식량 부정 축재에 더해 한국 영상물 시청까지 걸려…소식통 "살아 나오기 어려울 것"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월 23일 “지금 각급 당 학교들에선 (김정은) 총비서 동지의 독창적 새 시대 당 건설 사상을 교수에 구현하기 위한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식량을 부정 축재하고 한국 영화를 보는 등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를 노골적으로 한 강원도 당 학교 경리과장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강원도 당 학교에서 경리과장으로 일하던 한 주민이 여러 가지 형태의 비사회주의 행위를 하다가 학교 직원들의 완강한 제기에 의해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그루빠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주민은 강원도 당 학교의 경리과장으로 임명된 이후 만 7년 동안 매년 분기별로 학교에 지급되는 국가 식량들을 좀도둑처럼 자기 집으로 끌어들여 학교 직원들로부터 빈축을 샀고 결국에는 도 당위원회에 신소됐다.

도내 당 일꾼 양성의 원종장인 강원도 당 학교 학생들은 주말을 제외한 평일에는 일체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것을 규칙으로 하고 있어 도당은 도의 살림이 아무리 어려워도 당 학교 교원들과 학생들 배급만큼은 무조건 보장하고 있는데, 이 주민이 그렇게 보장된 식량을 여러 형태로 빼돌려 문제가 됐다.

신소가 들어온 이후 도 검찰소는 이 주민의 집을 가택수색했으며, 그 결과 식량이 차고 넘칠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와 노래가 들어있는 휴대용 저장장치 10개와 한국 전기밥솥, 달러 뭉치가 발견됐다.

특히 밥솥에서 여지없이 “맛있는 밥을 시작한다”는 남한식 어투의 여성 목소리가 나오자 도 검찰소는  당 학교 직원이 한국 밥솥을 거리낌 없이 쓴 것에 더 어이없어했다는 전언이다.

실제 이 주민은 일상생활에서도 한국 영화 대목의 대사를 재현해 남한 여성들의 말투를 흉내내 동네 주민들의 눈에 띄어 더욱 문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이 사건은 올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당 중앙간부학교에서 한 역사적인 기념강의 ‘새 시대 우리 당 건설방향과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의 임무에 대하여’를 계기로 각급 당 학교들의 규율 강화와 사업 및 생활 요해 중에 나온 범죄라 다른 때보다 더 심각하게 분석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주민은 도 보위국으로 이송돼 예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 보위국은 쌀이나 돈을 부정으로 축재한 것보다도 한국 영화 등을 유입한 경위를 가장 먼저 조사하고 있는데, 불순녹화물을 어디서 누구로부터 받았고 얼마나 봤으며 누구에게 얼마나 유포했는가를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주민은 지은 죄가 많아 예심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며 “일반적인 형벌이 아닌 정치적 대가가 뒤따를 것으로 보여 보위원들 내적으로는 살아서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여론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