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밖 북한] NLL 이남 미사일 발사와 연평도 北 포장지

필자가 2022년 11월 6일 연평도 해안가에서 주운 북한 제품 포장지 쓰레기.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필자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곳은 다름 아닌 연평도다. 서해 NLL(북방한계선)을 기준으로 불과 4km 앞에 북한과 마주하고 있다. 어둠이 내려앉은 연평도의 밤은 적막하기까지 하다. 연일 이어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포 사격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북한의 NLL 이남 미사일 발사는 휴전 이후 처음으로, 울릉군에는 공습경보까지 발령되기도 했다. 마치 금방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전운이 감돈다. 그런데 북한과 접경을 맞댄 이곳 연평도는 오히려 차분한 분위기에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어느 연평도 주민은 이곳에서 사는 게 전혀 불안하지 않은데, 남북관계 이슈만 생기면 기자들이 카메라 들고 이리저리 다니는 게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한다. 어민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바다에 나가 꽃게를 잡고, 각자의 삶의 터전에서 생을 이어간다.

연평도에서 바라보이는 북한의 강령군과 해주시 앞바다에는 고기잡이배들이 부쩍 늘었다. 북한에서 흘러온 포장지 쓰레기를 줍기 위해 지난 2년여 동안 이곳 연평도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요즘처럼 북한 수역에서 고깃배를 본 적은 없었다. 서해 NLL을 따라 수를 셀 수 없이 많은 중국 어선들의 조업 역시 미사일 발사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하다.

필자가 오늘 연평도 해안가에서 주운 북한 포장지 쓰레기 중 유독 눈에 띄는 건 다름 아닌 <의료용 외과마스크>와 <잣 에스키모> 제품이다. <의료용 외과마스크> 포장지는 ‘라선령선종합가공공장’에서 만든 것으로 포장지에는 ‘외부로부터 감염될 수 있는 세균 및 비루스(바이러스) 감염, 혈액, 체액…의 접촉을 막을 수 있을 뿐만아니라…’는 표기가 있다. 포장지에 표기된 QR코드를 직접 검색해 보니 2020년에 생산한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비루스 감염을 직접 언급하고 있고 2020년 생산날짜로 미루어볼 때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에서 만든 일회용 마스크임을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제품인 <잣 에스키모>는 ‘대호식료품생산소’에서 만든 것인데, 그동안 필자가 주운 40여 종의 에스키모 제품에 포함되지 않는 신상품이다. ‘대호식료품생산소’라는 기업소 이름도 다소 생소한데 포장지에 표기된 주소는 ‘황해북도 사리원시 직포동’이다. 김정은이 지방경제 활성화를 강조하며 최근 북한은 연일 지방 공장의 성과를 선전하고 있다. 이 제품 역시 지방 공장에서 자체적으로 생산, 유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밤새 파도가 높거나 바람이 심하게 불면 그 다음날 같은 장소에 가보면 또 다른 북한 쓰레기를 발견할 수 있다. 즉, 이번에 주운 이 두 개의 포장지는 최근에 연평도로 떠밀려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사실만으로 이 제품이 최근에 생산, 유통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이 포장지가 주목되는 이유는 북한이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 이후 계속 강조하는 자력갱생, 원료의 국산화 등을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일정 부분 이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 정권이 밖으로는 연일 미사일을 쏘아대고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한 것임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던 김정은은 북한 주민들의 1년치 식량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사일로 날려 버렸다. 언제까지 저 무도한 독재정권의 군사적 위협을 두고만 봐야 하는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잣 에스키모> 포장지에는 분명 이렇게 쓰여 있었다. ‘고소하고 영양가 높은…맛이 그대로 나는 맛 좋은 에스키모입니다’. 그렇다. 북한 주민들도 영양가 높고 맛있는 제품을 자신의 취향대로 고를 수 있어야 한다. 자유는 거창한 게 아니다. 그들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다. 독재정권의 노예로 살아서는 아니 될 당연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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