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젖가루 설비 자체 마련” 지시…현재 절실한 일인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6일 “당 정책 관철을 위한 도들 사이의 경쟁이 활발히 벌어진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중 “당의 육아정책 관철을 위한 경쟁 열의가 드높다”면서 젖가루(분유)를 생산 중인 함경남도의 한 공장 내부 사진을 실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올해 극심한 자연재해, 코로나 확산 등으로 북한 협동농장과 농민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당 지도자들은 현실 불가능한 지시를 연발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한다.

1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의 협동농장에 노동당 지시로 염소젖으로 분유를 만들 데 대한 지시가 떨어져 모든 농업 부문 관계자들이 난감해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젖가루(분유)를 생산을 할 수 있도록 설비의 규모를 정하고 제작까지 마치라는 지시를 농업 부문에 하달한 것이다. 유제품 증산 정책을 또 각 지역에 떠넘긴 셈이다.

다만 문제는 현장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일단 분유 생산에 필요한 농축기, 고압진공펌프와 보일러, 회전 분무 건조기, 공기 압축방식의 이송 및 냉각시스템 노즐, 원심분리기 등 특수강과 현대적 기술을 요구하는 설비를 어떻게 하루아침에 만들어 낼 수 있냐는 지적이다.

실제 현지 기술자들은 ‘코로나 봉쇄와 자력갱생 정책으로 필요한 설비를 수입하지 못하는 환경인데 무조건 하라고 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입을 모이고 있다고 한다.

‘모든 게 중요하다’는 통찰에 따른 정책 마련과 지시 하달은 필요하지만, 책임을 하부에 떠넘기는 형태는 오히려 반(反)인민적이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현재와 같이 낙후된 경제 상황에서 ‘자력갱생이 만능의 보검’이라고 인식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책의 수요자인 국민의 이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원칙’에도 맞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는 현재 주민들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서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민의 삶과 행복 개선’이라는 당국의 명분도 위선에 불과하다는 인식도 주민들 사이에서 점점 확산되고 있다. 결국 체제를 위대성을 선전하기 위해 현재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한 노동당은 ‘농촌진흥’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식량 문제 완전 해결과 농촌 환경 개혁까지 강조하고 있다. 다만 현지에서는 바람직한 농촌진흥은 농민들이 무엇이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고 하고 있다.

특정 인원에게만 차려질 가능성이 높은 남새(채소)를 기르려고 대규모 온실농장(연포온실농장)에 인력과 재원을 투자할 게 아니라 농민들이 스스로 농작물을 선택해서 키울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