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시설 철거 속도조절하는 北…협상 여지두고 새 정부 압박?

소식통 "문재인 대통령 체면 봐주느라 작업 미뤄…계획된 철거 인원의 30~40%만 투입"

김정은_금강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해금강호텔 등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에 들어갔지만,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4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을 모두 철거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계획도 있었고 비준도 받았는데 실행하지 않고 있었다가 이번에 다시 대남정책이 바뀌면서 (철거)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이 금강산 관광지구 내 남측 시설 철거에 대한 사전 작업을 모두 끝내놓고도 수행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서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파악된다.

소식통은 “안에서는 우리와 협력하고 싶어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체면을 봐주느라 철거 작업을 미루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측의 새로운 정부와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다시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그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해체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재 북한은 금강산 시설 철거에 배정된 인원을 100% 투입하지 않고 본래 계획된 인원의 30~40%만을 동원한 상태라고 한다. 많은 병력을 투입하면 철거 작업이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으나 인력 규모를 조절함으로써 철거 속도를 의도적으로 늦추고 있다는 것이다.

금강산 시설 철거 움직임에 대한 우리 정부의 반응을 보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고, 이를 통해 새로운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철거 공사에 동원된 건설인력은 각종 건설 임무를 맡고 있는 조선인민군 7총국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철거 담당 부대도 정해졌고 인력 규모도 확정된 상태였지만 명령이 떨어지지 않아 투입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위성사진 서비스 ‘플래닛 랩스’의 자료를 토대로 지난달 6일부터 해금강호텔의 본격적인 해체 작업이 시작돼 호텔의 옥상과 외벽이 뜯겨나가 내부가 드러난 상태라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10월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하여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후 남북 간에 이 문제로 몇 차례 통지문이 오가기도 했지만,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그러다 최근 남측과 별다른 협의 없이 금강산 내 남측 시설에 대한 철거에 돌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한편, 북한은 금강산을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와 연계해 대규모 관광단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음을 간부들에게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은 앞으로도 최소 1~2년 정도 코로나19 차단을 명목으로 한 폐쇄 방역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라 국경이 완전히 열릴 때까지는 관광지구 재정비에 인력을 집중할 예정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