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세대 살림집 설계 맡은 평양건축대학, 졸업생들 ‘비난’ 샀다

"당선되면 졸업 후 전문부서·연구소 배치" 내걸고 공모전 열어 성과 내고는 정작 혜택 보장 안 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월 23일 평양시 사동구역 송신, 송화지구에서 평양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설계를 맡아 내부적으로 공모전을 진행한 평양건축대학이 졸업생들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 측이 내건 솔깃한 당선 혜택에 온갖 노력과 열정을 쏟아 설계 관련 졸업논문을 쓴 학생들이 정작 이후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하면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2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앞서 내각은 올해 초 열린 8차 당(黨) 대회 이후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에 대한 방침 관철을 위해 백두산건축연구원과 중앙도시건설설계사업소 등 관록 있는 기관은 물론 평양건축대학에도 내부 설계도 작성 지시를 내렸다.

평양건축대학은 삼지연꾸리기(양강도),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강원도) 조성 과정에서도 여러 건설대상의 설계를 맡은 바 있는데, 이를 토대로 상부에서는 현재 국가 주요 사업으로 추진 중인 평양시 1만 세대 살림집 설계의 절반 이상을 평양건축대학이 담당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평양건축대학 당위원회에서는 “혁명의 수도 평양시의 면모를 일신하고 인민들의 살림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번 사업에서 우리 대학이 흠잡을 데 없는 설계를 내놓는 데 한마음으로 나서야 한다”며 건설설계강좌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계 관련 졸업논문 공모전을 연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 내 성과를 도출해야 했던 대학 당위원회는 공모전 당선작으로 선정되면 해당하는 학생들을 졸업 후 관계부문의 전문부서나 연구소에 배치해주겠다는 솔깃한 혜택까지 내걸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은 이를 평양거주 자격을 부여받을 수 있는 기회로 여겼고, 그렇지 않은 다른 학생들도 졸업 후에 있을 3대 혁명 소조 파견을 피하거나 최소 파견지 특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밤잠까지 줄여 가며 설계 논문 작성에 열중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3대 혁명 소조 파견은 수령님(김일성) 때 있었다가 장군님(김정일) 때 사실상 없어졌는데, 지금은 또다시 3대 혁명 소조 단계를 걸치지 않은 대학 졸업생들을 당 간부사업 대상자에서 누락시킨다고 하고 있어 필수로 되고 있다”며 “그러나 험지에 가서 3년간 온갖 고생할 게 뻔하니 누구도 가기 싫어하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평양건축대학은 건설설계강좌 졸업반 학생들의 후보학사(우리의 학사) 졸업논문으로 공모전을 벌이고 당선작으로 선정된 논문을 상부에 올려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 설계안으로 비준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학생들의 설계안이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중앙에서는 대학 당위원회에 “평양시를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일떠세우고, 지방들에서도 건설의 불바람을 일으켜 온 나라를 사회주의 선경으로 전변시키는 데 평양건축대학이 앞장서야 한다”는 내용의 감사문을 내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5월 12일 보도한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현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다만 당선 논문을 쓴 졸업생들이 앞서 대학이 내건 혜택을 받기는 커녕 3대 혁명 소조도 피하지 못하고 전국의 건설현장에 시공, 설계, 건축기사로 파견되면서 불만이 새어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번에 졸업논문이 당선되면 바로 전문부서나 연구소에 떨어진다고 해 졸업생들이 졸업 6개월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졸업논문을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 건설에 맞게 급히 수정하고 단기간에 다시 논문을 재구성하느냐고 코피까지 쏟았는데 결국 3대 혁명 소조원으로 파견되자 ‘속았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분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대학 당위원회는 “졸업논문은 원래 써야 하는 것이고, 어쨌든 기사 자격증을 받지 않았느냐”는 태연한 반응을 보여 졸업생들은 물론이고 학부형들에게도 비난을 샀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졸업생들이 3대 혁명 소조원으로 파견된 이후에도 지금까지 뒷말이 계속 나오고 있는 상태”라며 “이 때문에 대학에서는 일단 올해는 땜질했지만 내년에도 1만세대 살림집 설계 지시가 내려올 텐데 그때는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벌써부터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