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간하다 지주 토지문서 발견돼 ‘발칵’…후손들 한꺼번에 사라졌다

도 보위국 조사로 지주 가문 밝혀져…소식통 "60여 명 관리소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0년 4월 4일 농사철이 본격화되면서 새 농경지를 찾기 위해 시작된 토지정리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황해북도 여단의 새땅 찾기 성과를 언급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황해남도 벽성군 읍 협동농장에서 산을 개간하던 중 일제시대 지주의 토지문서가 발견돼 한바탕 소동이 인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이번 일로 해당 지주 가문의 후손들이 일순간에 조용히 처리됐다는 전언이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지난달 중순 벽성군 읍 협동농장의 농장원들이 새땅 찾기를 해서 강냉이(옥수수)를 심으라는 국가 지시에 야산을 깎아 다락밭(계단밭)을 만들던 중 땅에서 토지문서가 들어있는 단지를 발견하는 일이 있었다”며 “이 일로 척결 대상인 지주 가문이 드러나 후손 60여 명이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옥수수밭을 일구기 위해 야산을 개간하던 벽성군 읍 협동농장의 농장원 2명은 지난달 중순 땅속에 깊숙이 묻혀 있던 단지 2개를 발견했다. 이들은 이것이 단순한 골동품인 줄로만 알고 하나씩 나눠서 가지고는 몰래 집으로 가져갔다.

각각의 단지 안에는 종이 뭉텅이가 들어있었는데, 한글과 한자가 뒤섞여있던 탓에 문서를 해석하지 못하면서 농장원들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는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다. 그러다 한 농장원의 아내가 “아무리 봐도 토지문서 같으니 신고해야 할 것 같다”고 해 결국 이들은 군 보위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

군 보위부는 즉각 도 보위국에 사안을 보고했고, 결국 도 보위국 국내반탐과 성원들이 현지에 내려와 이 일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라고 입단속을 시킨 뒤 땅속에서 발견된 단지들과 그 안에 들어있던 문서들을 모두 회수해갔다.

도 보위국이 회수한 문서를 분석한 결과 이는 일제시대 지주의 토지문서로 확인됐으며, 이와 더불어 해당 지주 가문의 자손이 현재 중앙 국가보위성에 간부로 있는 등 권력을 누리며 살고 있다는 사실까지 밝혀져 내부가 발칵 뒤집혔다.

소식통은 “이 토지문서는 보위성 간부의 고조할아버지의 것으로, 이번에 그(보위성 간부)의 할아버지가 수령님(김일성)께서 공민등록체계를 수립할 당시 자진해서 문중신고를 할 때 빈농에 머슴 출신이라고 토대를 속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우리나라(북한)에서 지주는 척결 대상이니 토대를 속이고 토지문서들은 땅에 묻어놓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 일로 지난달 중순 새벽 평양 만경대구역 당상동에 살던 지주 가문 출신의 보위성 간부 가족들과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 간부의 일가친척까지 60여 명이 한날한시에 모두 사라졌는데, 모두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크게 알려지면 국가가 척결 대상인 지주의 후손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국가기관, 그것도 주민들의 사상과 동향을 감시하는 보위기관에 들였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대에 조용히 처리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도 보위국은 “지주 집안 출신인 황장엽도 종당에는 국가를 배반했고 부농 집안의 박남기도 국가가 돌봐주고 공부시켰지만 종당에는 당 정책을 망쳤다. 조상의 피는 못 속이니 종자를 말려야 한다. 이들이 국가에 대한 적개심을 품고 있다가 언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른다”면서 처리를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이번 사건을 접한 주민들은 “얼굴 한 번 보지 못한 고조할아버지 때문에 국가를 위해 일하던 멀쩡한 사람이 한순간에 척결 대상으로 전락했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주민들은 “우리도 언젠가 땅에 묻혀 있던 토지문서가 나와 지주 가문으로 밝혀져서 억울하게 처벌될지 모른다”며 그저 ‘남일’로 치부할 일은 아니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