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4 선언 기념행사 사상 첫 남북 공동으로…방북단 평양행

10·4 선언 합의 11주년을 기념해 남북이 사상 처음으로 평양에서 공동 기념행사를 가질 예정인 가운데, 이번 행사에 참여할 민관방북단이 4일 방북했다.

민·관을 포함해 총 150여 명 규모의 방북단은 이날 오전 정부 수송기를 타고 성남 서울공항에서 출발,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평양으로 향했다.

이번 방북단의 대표단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방북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거돈 부산시장, 지은희 정의기억연대 전 이사장, 이창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등 6명이 맡았다.

당국 방북단은 조 장관과 권덕철 보건복지부 차관, 정재숙 문화재청장 등 평양정상선언 이행 부처 소속 정부 대표 4명,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 소속 국회·정당 대표 20명, 지자체 대표 6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됐다.

민간 방북단은 노무현재단과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종교계, 양대 노총 등 90여 명으로 꾸려졌다. 이 가운데 문화예술계 인사로 배우 명계남 씨와 방송인 김미화 씨, 가수 안치환·조관우 씨가 포함됐다. 또 정세현·이재정·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족 대표로 아들 건호 씨도 합류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남과 북은 10.4 선언 11주년을 뜻깊게 기념하기 위한 행사들을 의의있게 개최한다’는 내용이 담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남북이 지난 2007년 10·4 선언에 합의한 이후 사상 처음으로 갖는 공동행사인 ’10·4 선언 11주년 기념 민족통일대회’는 내일(5일) 오전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릴 예정이다.

민간 측 대표로 이번 방북길에 오르게 된 이 대표는 “2007년도에 있었던 10·4 공동성명에 대한 기념행사는 북쪽하고 함께 하게 됐다”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합의한 사항들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서로 간에 논의하는 그런 자리가 되겠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대립구조에서 평화 공존 구도로 갈 수 있도록 서로 충분히 소통하고 대화하는 그런 자리를 만들어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평양에서 열리는 10·4선언 1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4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으로 향하기 전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

특히 이번 방북 기간에는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한 남북 당국 차원의 협의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남북 고위급회담의 남측 수석대표인 조 장관과 북측 단장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이번 행사 계기에 만나 평양공동선언 이행방안과 관련한 분야별 후속회담 일정 등을 논의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조 장관은 평양 출발 직전 기자들과 만나 “이번에 방북하게 되면 당국 간 협의도 함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평양공동선언을 속도감 있게 이행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고위급회담 성사 가능성에 대해 “회담 자체를 하게 될지는 어떨지 모르고 상황을 봐야겠다”면서도 “남북 고위급회담이 남북 간 공동선언 이행을 총괄하는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여러 가지 회담 일정이라든가 후속 사업들의 기본 방향에 대해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방북단이 김 위원장을 접견하게 될지 주목된다. 특히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방북하는 만큼, 10·4선언을 채택한 남북 정상 2세들의 만남이 성사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씨는 이날 평양행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10·4 선언 주역인 남북 정상 2세가 만나면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실 2세라고 이름을 붙여서 그렇지 그게 어떤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그저 앞으로의 남북관계가 평화와 번영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계속 잘 진행되어 나가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북단은 이번 방북 기간 과학기술전당·만수대창작사·만경대학생소년궁전 등 주요시설을 참관하고 평양대극장에서의 환영 공연과 대집단체조 및 예술공연을 관람할 예정이다. 방북 마지막 날(6일)에는 11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소나무를 심은 중앙식물원 참관 일정도 계획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