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가공 업체 ‘줄폐업’ 하는데…북한은 충성자금 상납 ‘종용'”

소식통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계 봉착...신의주 도시 분위기 '흉흉'"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 /사진=데일리NK

북한에서 국경 폐쇄 장기화로 인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기업소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직원을 해고하고 회사의 자산을 매각하면서 버텼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신의주에서 중국 대상으로 임가공, 의류를 제작하던 공장들의 폐업 사태가 연이어 일어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도시 분위기가 흉흉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북중 국경과 맞닿아 있는 신의주는 중국으로부터 수주를 받아 임가공 후 완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북중 간 무역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중국의 발주량이 크게 줄어 경영난에 봉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대한무역투자공사(KOTRA)가 지난 7월 발간한 ‘2020년도 북한 대외무역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전체 수출입 규모는 8억 6300만 달러(약 9900억 원)로 전년 대비 73.4% 감소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신의주에 한 임가공업체 사장은 직원을 500명 정도 두고 중국에 물건을 납품해왔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소속 노동자들에게 상당히 후하게 임금을 줄 정도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왔다.

그러나 국경이 폐쇄되면서 일감이 급감하자 공장은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렸다. 이에 사장은 올해 봄 종업원 400여 명을 내보냈다. 인원을 감축해 고정비를 줄여 국경이 다시 열릴 때까지 버티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종업원을 계속 일하게 하려 했지만, 재산을 모두 팔아도 버틸 수 없어 내보낼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당국의 정책이 오락가락해 더욱 버티기 힘들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사장은 회사 소유의 버스와 트럭도 모두 팔고 안간힘을 쓰며 버텼지만 무역 재개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결국 그는 7월 나머지 종업원도 내보냈고 조만간 공장 문을 닫을 예정이다.

공장 문을 닫을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이들에게 주어진 충성자금을 줄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회사가 망해도 바쳐야 할 숙제와 뇌물이 남아있다”면서 “사장은 이를 채우지 못해 추방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무역회사들은 연간 정해진 당 자금(충성자금)으로 헌납해야 하며 각종 숙제(당국이 요청한 물품)를 해야 한다. 북한 당국은 어떤 경우에라도 할당된 충성자금과 각종 숙제를 반드시 수행하도록 담당자들을 다그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중국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를 관리하는 담당자는 할당된 충성자금 목표량을 채우기 어려워지자 노동자들의 식비를 갈취해 이를 채우려 했다.

한편, 신의주 내 임가공 업체들이 줄폐업해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생활고에 시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일거리가 없어진 주민들도 대부분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면서 “그러나 새로운 일도 없고 장사할 밑천도 없어 주민들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