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회 기간에 국경서 밀수를? 개성시 골동품 장사꾼들 결국…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중국 지린성 투먼시 북중 접경 지역. 맞은편에 북한 국경 마을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한껏 긴장된 형국에서도 생활이 어려워진 북한 개성시 장사꾼 2명이 8차 당(黨) 대회 기간에 국경으로 나와 밀수하다 국경경비대에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4일 데일리NK에 “국가의 강력한 방역 조치에도 불구하고 골동품을 지니고 혜산에 들어온 개성 장사군(장사꾼) 2명이 지난달 8일 국경경비대와 짜고 국경에서 밀수를 벌이다가 우연한 사투로 국경경비대에 체포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의 골동품 장사꾼 2명은 지난해 12월 8차 당 대회 개최와 관련해 당국이 이동 통제 등 방역 강화 조치를 취하던 상황에서도 도로에서 단속될 때마다 돈을 찔러주면서 기어코 국경 지역에 잠입했다.

이들은 미리 국경의 브로커들과 협력해 직접 자기들 손으로 물건을 밀매할 수 있게 국경경비대와 중국 측 브로커 등 밀수선을 다 밟아놓은 상태로 국경에 들어왔다고 한다.

개성 장사꾼들이 밀매하려던 물건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골동품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데다 브로커 수십 명이 돈을 긁어모아도 살 수 없는 값비싼 물건이라 국경에서의 직접거래 방식을 택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국경에 들어온 이들은 국경경비대 상부와 짜고 8차 당 대회로 조용한 틈을 타서 골동품을 넘기기로 하고 1월 8일 한낮에 강을 타고 중국 측 국경에서 밀수를 벌였는데 예기치 않은 사건이 일어나면서 일이 뒤틀렸다”고 말했다.

개성 장사꾼 2명은 사전에 중국 브로커와 물건값을 정한 뒤에 거래에 나섰으나 물건을 받으려고 나온 중국인들이 현장에서 골동품의 가치를 부정하며 물건값을 흥정하고 나서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는 전언이다.

서로 옥신각신하던 중에 국경 쪽에 숨어있던 같은 패거리의 중국인들이 갑자기 나타나 물건을 탈취해 달아나려 했고, 이에 물건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개성 장사꾼들과 빼앗으려는 중국인들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다.

당시 국경경비대 군인들은 개성 장사꾼들의 밀수를 눈감아주라는 상부의 지시에 경비 근무를 서지 않고 경비막 안에 들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시끄러운 소리에 밖으로 나와 보니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황급히 현장으로 뛰어갔으나 중국인들은 결국 물건을 빼앗아 달아나버렸다고 한다.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져 건질 것이 없게 된 국경경비대는 빠르게 태도를 바꿔 이번 밀수가 자신들과 전혀 연관되지 않은 일인 양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는 개성 장사꾼 2명을 그 자리에서 체포해 보위부에 넘겼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보위부는 8차 당 대회와 전염병 사태로 국경을 완전히 봉쇄한 상황에서도 이런 행위가 벌어졌다는 것에 황당해했다”며 “결과적으로 국경경비대원들은 8차 당 대회 기간에 경비 근무를 강화해 밀수자들을 체포한 공로를 세운 것으로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