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 향해 내민 손, 무턱대고 잡아선 안 된다

북한 신년사는 대외 찌라시에 불과하다. 올해도 1월 1일 김정은 신년사로 국내 언론이 떠들썩하다. 삼류 찌라시보다 못한 공산당 선전선동을 확대 재생산하기 바쁘다. 책상에서 북한을 배운 전문가들을 동원해 의미를 부여하고 허황된 분석을 양산한다.

북한의 시각으로 북한을 보자는 내재적 접근론의 나비효과다. 여기에 인질이 테러범을 변호하는 스톡홀름 증후군까지 더해진 2018년 새해 첫 날의 민낯이다. 삼일절(3월 1일), 팔일오(8월 15일), 육이오(6월 25일)도 모르는 386세대들의 만들어낸 장면이다. 전교조 교사들의 통일교육이 귀순병사 오 씨의 기생충으로 물거품이 되었다는 소식이 우리의 자화상이다.

신년사는 종북세력에 보내는 지령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17년 신년사의 핵심은 원미진남(遠美近南), 통남봉미(通南封美)이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막혀 효력을 다하자 남한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책상에 놓인 핵단추로 미국을 제압하고 남한에는 평창올림픽 참가라는 미끼를 던져 출구를 찾으려는 속셈이다.

한미 군사훈련을 보이콧하라는 주문도 뚜렷하다. 남북 대화를 갈망해온 정부가 미끼를 덥석 물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약 미끼를 잘못 문다면 미북 평화협정-주한미군 철수-한미동맹 와해-적화통일의 로드맵이 우려된다. 자유 대한민국이 공산 북조선인민민주주의와의 이념 전쟁에서 패배하는 셈이며 베트남 통일의 재현이다.

이번 신년사는 자기고백이다. 버틸 힘이 없다는 암시다. 우리 국가정보원이 좌천됐다고 황병서가 처형당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작년 12월 20일 독일 제1공영방송 ARD). 이어 22일 최대부수를 자랑하는 BILD가 노동당 131호실 책임자 박인영의 처형을 보도했다. 핵 실험 장소인 풍계리 갱도를 관리하지 못해 갱도가 붕괴, 핵 실험 일정에 차질을 빚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131호는 군사시설, 장비를 관리하는 기구다. 일종의 군기잡기지만 내부 정세도 불안하다는 반증이다.

작년 말 미국과 중국이 북한의 급변사태를 전제로 한 회담을 개최한 사실도 드러났다. 급변사태가 발발할 경우 미군이 북한에 진입할 것이지만 핵을 통제한 후 지체없이 휴전선 이남으로 철수할 것이라는 소식도 이미 알려졌다.

독일이 북핵과 관련해 주목했던 또 하나의 사실은 중국과 러시아의 배신이었다.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를 어긴 채 원유를 공급해왔고 러시아가 핵 미사일 기술을 이전해왔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이전 정권과는 달랐다. 한 손에 당근, 다른 손에 채찍을 들고 중국과 러시아를 동참시켰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견뎌낼 나라는 없다.

독일의 언론은 이런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제대로 효과를 드러내고 있다는 보도로 지난해를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독일의 소리,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등 주요 언론이 국제사회의 단합된 힘으로 마지막 고비를 넘길 것을 주문하고 있다.

신년사는 남한에 요청한 구호의 손길에 다름 아니다. 특히 “정유제품 90% 차단”을 골자로 하는 2017년 12월 22일 유엔안보리의 신 대북제재 결의안은 결정타로 현재의 상황이 2018년 신년사에 담겨져 있다. 작년 말 12월 29일 아시아 담당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FAZ)의 페터 슈투룸 기자의 칼럼은 “고지가 바로 앞이다. 국제사회가 더욱 긴밀한 공조로 북한의 마지막 발악을 저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독일의 가브리엘 외무장관의 정유년 송년 메시지 “북핵을 방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무능을 자인하는 것이고 핵 도미노현상을 초래해 인류의 재앙을 불러올 것”이라는 경고도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 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남북이 1+1로 국제사회의 왕따로 전락하는 길은 우리가 고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아니다. 2018년 무술년은 한국이 북핵을 극복하고 한반도 통일의 주도세력이 될 것인지를 가늠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