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협상 ‘포장기술’ 점입가경

▲ 북한은 핵포기를 미-북 관계정상화 차원에서 결단내렸다고 선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6자회담 복귀에 앞서 대미관계 정상화에 대한 ‘과감한 전략적 결정(brave strategic decision)을 했으며 핵문제도 이 같은 맥락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이 밝혔다고 문화일보가 29일 보도했다.

6월 28일부터 7월 2일까지 북한 외무성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했던 짐 월시 미국 하버드대 국제관계센터 핵프로젝트국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대미관계 정상화를 위해 과감한 전략적 결정을 내렸으며 북핵문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김일성 주석의 유훈 실천 차원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김 부상이 밝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한 것이고, 핵문제는 북∙미관계 정상화 차원에서 해결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김 위원장이 밝힌 ‘대미관계정상화에 대한 전략적 결정’은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해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6자회담에서 대미관계 정상화를 전제로 핵을 포기할 수 있다고 했다. 북-미 수교가 이루어질 때 핵 폐기 절차를 밟겠다는 의미다. 한∙미가 요구해온 선 핵 폐기 요구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제안으로 회담 타결의 커다란 장애요소로 등장했다.

북한이 핵 포기 결단을 내렸으면서도 핵 폐기 절차를 완전히 뒤집는 전제조건을 들고 나온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핵을 폐기하기도 전에 북-미 수교라는 알맹이를 먼저 따먹겠다는 주장에 다름 아니다.

북한은 핵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될 때마다 그럴듯한 선전구호를 내세워 핵 위기의 본질을 호도해왔다. 1차 핵 위기 시절에는 평화적 목적의 핵개발, 2002년 10월 2차 핵 위기부터는 미국의 위협에 대응한 자위적 수단이라며 ‘불가침 협정’을 요구했다. 최근에는 ‘비핵화’를 내세워 한미동맹 문제를 본격 거론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고위 탈북자는 “앞뒤가 다른 전형적인 북한식 거짓말”이라면서 “핵 폐기 전제조건으로 수교를 내걸면서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 하려는 전술”이라고 말했다.

김 부상은 27일 4차 6자회담 전체회의 기조연설에서 핵 폐기 전제조건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 핵우산 철거, 평화협정 체결 등을 요구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