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과도한 단속에…청진서 멀쩡한 소년 꽃제비로 몰려 ‘봉변’

보름간 외진 곳에 갇혀 지내다 부모의 노력으로 집에 돌아가…꽃제비 중노동 현실 증언하기도

양강도 혜산시의 한 거리에서 포착된 꽃제비의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강력한 이동 통제를 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함경북도 청진에서 한 소년이 당국의 과도한 단속에 무고하게 꽃제비 상무에 끌려갔다가 보름 만에 간신히 집에 돌아오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5일 데일리NK에 “지난 12월 말 청진에 사는 10세 소년은 통근차를 타러 나갔다가 꽃제비 상무에 걸려들어 끌려가는 일이 있었다”며 “하루 아침에 자식을 잃어버린 부모가 백방으로 찾은 끝에 이 소년은 보름 만에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소년은 앞서 할아버지의 임종을 위해 청진시 포항구역에 있는 조부모의 집에 며칠간 머무르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숨을 거둔 뒤 라남구역에 있는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리려고 통근차를 타러 나왔다가 꽃제비로 몰려 끌려가는 봉변을 당했다.

정신없이 상을 다 치를 때까지도 소년이 나타나지 않자 할머니는 결국 실신해 쓰러졌고 부모는 온 시내를 돌며 안전부에까지 가서 아이를 찾아달라고 하소연했으나 안전부는 어디 가서 찾느냐면서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던 중 소년의 부모는 “최근 꽃제비 상무가 거리에 다니는 소년들을 꽃제비로 오인해 막 잡아들이고 있다” “꽃제비 상무에 잡혀 고생하고 돌아온 아이들도 있으니 가보라”는 동네 주민들의 말을 듣고 곧바로 꽃제비 상무를 찾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꽃제비 상무는 안하무인식 태도를 보였고, 결국 부모는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서야 꽃제비 상무가 끌고 간 꽃제비들의 명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자식이 꽃제비 무리를 가둬놓은 시내의 외진 곳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을 파악하고 마침내 그를 보름 만에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이 소년은 그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노예처럼 심부름과 빨래를 하면서 지내온 것으로 밝혀졌다”면서 “특히 이 소년은 16세 이상 꽃제비들은 하루 두 끼 겨우 강냉이(옥수수) 덩이를 먹으면서 산에서 나무를 하는 등 온갖 중노동을 하고 있고, 15세 미만은 산에서 일하고 돌아온 다른 꽃제비들의 옷을 빨아주며 수발을 들고 있다고 그동안 보고 경험한 것을 증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소년은 그동안 집으로 도망치려 여러 차례 기회를 엿보았으나 꽃제비 상무가 이중, 삼중으로 감시하고 있는 통에 빠져나올 수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실제 부모가 찾아냈을 때 소년의 손은 다 터서 피가 흘러나오는 정도였고, 부모 너무 야윈 모습에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냥 자식을 끌어안고 통곡했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소년은 부모의 노력으로 다행히 집으로 돌아왔지만, 충격이 너무 컸는지 지금도 여전히 넋이 나가 있는 상태고 공포에 질려 바깥출입도 일절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식통은 “전염병(코로나19) 사태 이후 꽃제비들이 비루스(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면서 모조리 잡아들일 데 대한 지시가 내려져 지금 청진 시내에는 단 한 명의 꽃제비도 볼 수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