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억류 美여기자 석방 여부, 외교 현안으로 급부상 중

지난 3월 북·중 접경지역에서 북한에 억류중인 미국 여기자 2명의 재판 예정일이 다가옴에 따라 그들의 신병 처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이들에 대한 신병 처리는 북한 당국의 판단과 함께 미국의 외교적 노력에도 달려 있어 북미 양국의 신경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이들을 밀입국 및 적대행위 혐의로 북한 최고 법원인 중앙재판소에서 4일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고 밝혔다. 이후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미·북관계가 대립의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에 재판 후 석방이라는 선례를 따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여기자의 재판결과에 따라 북한이 이들의 석방 문제를 미북 양자회담 성사 및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카드로 사용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들이 북한 당국에 의해 적대행위나 스파이 혐의를 받을 경우 최고 5~10년의 노동교화형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이 이들의 석방 문제와 북핵 문제를 분리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마련했지만 자국민 방치라는 국내 여론이 높아질 경우 미국 정부도 난감한 처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이를 십분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두 번 평양을 찾아 협상을 성사시켰던 빌 리처드슨 미 뉴멕시코 주지사는 “북한은 두 여기자를 협상을 위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15일 평양주재 스웨덴 대사관의 외교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여기자들이 직접 작성한 편지를 전달했으며 핵실험을 진행한 다음날은 두 여기자의 가족과 전화 통화를 허용하는 등 이들의 신변에 큰 이상은 없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이런 북한 당국의 움직임은 최근 고조된 미국과의 긴장관계에 분위기 전환을 추진해 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 국무부 로버트 우드 부대변인은 1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을 통해 여기자의 석방문제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국무장관의 우선적인 관심사”라면서 “우리는 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드 부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실험 준비 등에 이들을 볼모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북한은 그들을 인질로 삼아서는 않되며 그들은 미국인 여기자들을 풀어주어야 한다”면서 “핵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미국 여기자 2명의 가족들은 여기자들의 조속한 석방을 공개적으로 호소하고 나서고 있다.

가족들은 재판을 이틀 앞두고 1일 NBC방송의 아침 간판 프로그램인 ‘투데이’에 출연해 북한에 장기 억류돼 있는 여기자들의 안전을 걱정하면서 하루속히 풀려나도록 미국과 북한 정부가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또 이날 밤 CNN 방송의 시사대담프로그램인 ‘래리킹 라이브’에 출연해 여기자들의 석방을 거듭 촉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