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오바마 진영’과 첫 회동

G20 금융정상회의 참석차 방미(訪美)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오후(현지시각) 워싱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 진영의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 인사인 짐 리치 전 하원 아태소위원장을 만났다.

이 대통령이 오바마 당선인 진영과 공식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오바마 당선인은 G20 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대신 두 사람을 대표로 파견했다.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마지막 국무장관을 지냈고, 미 국무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인물이다. 또 아이오와주(州)에서 30여년간 하원의원을 지낸 리치 전 의원은 지난 2006년 중간선거에서 낙선할 때까지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반도를 관장하는 동아태소위 위원장을 역임했다.이동관 청와대 대변은 이날 회동에서 30분 정도에 걸쳐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 방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상호 관심사를 논의했다고 15일 전했다.

이 대변인은 오바마 당선인측 요청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한미 간 공조 방안과 함께 북핵문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비준, 21세기 전략적 동맹관계 강화 방안 등이 거론 됐다는 후문이다.

이 대통령은 상생·공영과 ‘비핵·개방·3000’을 핵심으로 하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소상히 설명한 뒤 북핵사태 해결에 긍정적 결과를 가져올 경우 오바마 당선인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북간 직접대화가 이뤄지더라도 한미 양국이 굳건한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확실한 대북공조를 할 필요가 있고, 한미 FTA는 단순한 경제적 관점을 넘어 한미동맹의 큰 틀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회동 후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스트로브 탈보트 소장과 게리 세이모어 미 외교협회 부회장 등 이 연구소측 인사 7명과 외교·안보 간담회를 갖고 한미간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브루킹스 연구소는 전통적으로 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알려져 있고, 실제 상당수 연구원들이 오바마 당선인의 참모로 활동하면서 미국 차기 정부 외교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어 이날 간담회는 정치·외교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현안와 관련, 연구소측 인사들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고 따라서 북한이 과도한 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면서 “북핵문제 해결은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을 위해 중요하며, 특히 한미간 긴밀한 공조가 긴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