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령 국경경비대 집단탈북…北붕괴 2→3단계로

▲ 북한의 국경경비대 모습

2월 4일 데일리NK는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회령지구 국경경비대 1개 소대 가량이 중국으로 탈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최근 북-중 국경지역에 대한 중앙당 합동그루빠(그룹, 검열단)의 체포를 피해 탈출했으며,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북한 체포조가 중국에 침투, 체포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하는 보도이다.

보도의 구체적 내용을 100% 확신하기는 아직 어렵지만 복수의 소식통에게 교차확인한 것인만큼 기본적인 내용은 사실이라는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 사건은 엄청난 일이다.

체제붕괴 1,2 단계는 지나

그동안 북한체제는 여러 단계를 거쳐 서서히 붕괴되어 왔다. 그 1단계가 9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배급체제 붕괴를 중심으로 한 각종 행정시스템 붕괴였다. 개인들이 반합법, 비합법 시장을 만들고 불법적으로 먼 지역을 돌아다니거나 국경을 넘어서 스스로 살 길을 개척해나가던 시기였다. 스스로 살 길을 찾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다.

2단계는 90년대말, 이러한 1차적인 붕괴현상이 일단락되고 새로운 체제가 어느 정도 안정화된 그런 단계이다. 이 단계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부패의 광범한 먹이사슬이 형성되고 이것이 모든 시스템의 기본구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전에도 북한에서 부패는 극히 심했다. 그러나 90년대말 2000년대가 되면서 그 부패가 질적으로 심화되고 양적으로 폭증했다. 이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아마 90년대 초반에 비해 뇌물수수가 5~10배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는 몇 가지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된 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 첫째가 눈곱만한 권한이라도 가진 모든 사람들이 다 뇌물을 받으니 그 내부에서는 위화감 같은 것이 적었다. 아무 권한도 없는 절반의 주민들과 조그마한 권한이라도 가진 절반의 주민들 사이의 위화감과 분노는 조금씩 축적되었을 수 있지만 뇌물을 받는 그 광범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있어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띠고 있었다.

그 둘째는 뇌물을 받는 사람들은 자기 윗사람에게 그 일부를 상납하고 그 윗사람은 또 그 일부를 상납하는 부패의 먹이사슬이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비교적 안전했다. 그리고 보위부 등의 외부기관에서 조사를 나오더라도 그 동안 모아놓은 돈이 있으니 그 돈만 들이밀면 별 문제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걸리는 사람들은 직급이 아주 낮거나 이제 막 시작해서 모아놓은 돈이 아주 적은 경우들 뿐이었다.

그동안 1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런 상태가 꽤 안정된 모습을 보여왔고 이것은 부패가 아주 난잡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이는 다른 저개발국들에 비해 특이한 것으로 전문가들의 관심과 주의를 받아왔다. 부패의 질과 양에 있어서는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심하지만 그 부패구조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질서를 잡아갔고 그래서 어떤 전문가는 이런 구조가 상당히 장기간 안정성을 갖고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부패구조-김정일 권위, 모순 드러나

그러나 이번에 이러한 부패의 먹이사슬 구조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져 구멍이 생겼다. 국경경비대라면 아주 벌이가 좋은 곳이다. 그 중에서도 회령이라면 노른자위 중에서도 노른자위인 것이다. 그 말단 병사 1~2명이라면 모르지만 장교까지 포함되어 있고 관련된 군인들도 상당히 많다. 이런 정도라면 모아놓은 많은 돈으로 큰 수준의 뇌물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고 그 동안 정기적으로 상납해온 상급기관들(지역보위부 포함)도 있을 것이고 또 연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중간에 막지 못하고 끝내 처벌되게 되었고 관련자들이 대거 중국으로 도망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북한에서 부패의 먹이사슬 구조에서 맨꼭대기에는 김정일이 있다. 그러나 김정일이 이런 부패의 먹이사슬구조를 잘 아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심각한 부패는 북한에서 신적인 존재인 김정일의 권위에 흠집을 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래서 군의 다른 쪽 경로나 기타 경로를 통해 입수된 구체적 정보를 가지고 강력한 처벌을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많다. 부패의 먹이사슬구조와 김정일의 신적인 권위와 권력 사이의 모순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구(舊)체제와 부패 먹이사슬구조 본격 맞붙을 듯

이번 일이 일회적인 일로 끝날 수도 있다. 그러나 크게 뇌물을 받는 사람들은 안전하다는 믿음이 이미 깨어져버렸다. 그렇기 때문에 그 동안 뇌물을 많이 모아두었던 사람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대거 탈출 대열에 참가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갑작스런 실종은 연관있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자극해 연쇄 탈출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이번 일을 북한붕괴의 2단계에서 3단계로 넘어가는 신호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번 국경경비대의 대량탈북사태의 구체적 원인과 경과를 좀 더 면밀히 주시해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새로운 부패의 먹이사슬과 구(舊)체제의 공존은 이제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북한붕괴의 3단계에서는 구체제와 부패의 먹이사슬구조가 본격적으로 맞붙어 싸우는 국면이 전개될 것이다. 구체제와 부패의 먹이사슬구조만 맞붙어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구체제와 시장, 구체제와 신문화, 구체제와 외부 정보 등 많은 부분에서 충돌이 생기겠지만 그 중 가장 강력하고 광범한 충돌은 부패의 먹이사슬구조와의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패의 먹이사슬구조는 오랜 기간에 걸쳐 형성되고 발전된 것이고 매우 큰 이해관계가 걸려있기 때문에 치열한 격돌이 예상된다. 이러한 격돌은 북한체제의 곳곳에 구멍을 만들어낼 것이다.

이러한 구멍들 속에서 마피아적, 노예제적, 군벌적 수령독재체제와 자주적 삶을 추구하는 북한 인민 사이의 본질적 모순이 뚜렷이 드러나게 될 것이고, 김정일 수령독재체제와 북한인민이 본격적으로 치열하게 맞붙는 붕괴의 4단계로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제 북한붕괴는 점점 가까운 일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