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진표가 극우인사? 좌우 소통 가장 앞장서와”

홍진표 (사)시대정신 이사의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내정에 대한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와 매체의 반대 운동이 도를 넘어 마녀사냥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은 좌우소통과 국민통합을 강조해온 그를 ‘극단적인 강경보수’라는 정치적 올가미를 씌우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결집한 ‘인권시민단체 긴급회의’는 18일 성명에서 홍 후보자를 극단적인 보수성향으로 평가하고 “철저히 정권의 뜻에 맞춰 촛불시위를 거짓과 광기라고 말했으며, 전교조 명단 공개로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켰던 조전혁 의원 대책위를 결성하여 전교조의 해체를 공개적으로 주장해 왔다”고 비난했다.
 
배여진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집행위원은 19일 오마이뉴스에 “홍 후보는 반북 활동을 주로 해왔다”며 “MB가 바라던 구도 그대로 ‘아무것도 모르는 위원장·법치주의 내세우는 김영혜·북한 인권 강조하는 홍진표’가 맞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의 북한 인권 활동을 근거로 그가 국가인권위를 북한인권위로 만들 것이라는 주장도 횡행하고 있다. 


조국 전 인권위 비상임위원은 19일 자신의 트위터(@kukcho)에 “인권위 상임위원으로 ‘시변’ 대표 김영혜 변호사와 뉴라이트 활동가 홍진표씨가 선정됐다. 인권위를 북한인권위로 축소시키거나 아예 형해화 시키는 임무를 맡은 ‘X맨’의 파견”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좌파 진영 인사와 단체들은 홍 후보자의 이념성향을 극우 보수로 색칠하고 있지만 그가 민주화 운동가 출신이라는 점 외에도 최근에는 좌우 소통과 국민통합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홍 후보자가 이사로 있는 (사)시대정신은 2009년 하반기부터 좌우의 소통을 위한 국민운동을 적극적으로 주장해왔다. 기관지 시대정신 또한 국내 양대 정치세력인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상생을 도모하는 좌담과 특집기사를 연재해오고 있다.
 
또한 홍 후보자는 2009년 경향신문이 ‘보수-진보’ 소통을 위해 기획한 ‘대한민국 소통이 희망이다’에 보수 측 패널로 참석,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과 우리 사회 이념문제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주고 받아 좌우소통의 가능성을 엿보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한겨레신문이 기획한 ‘진보와 보수 미래를 말하다’에도 참가해 김기식 참여연대 정책위원장과 함께 사회민주화를 주제로 토론한 바 있다. 두 사람의 토론에 사회를 본 심상용 상지대 교수는 “이 논쟁의 최대 성과라면 합리적 보수와 진보 사이에 권력의 민주화, 주권재민, 법치주의, 시민권의 확립 같은 가치가 충분히 공유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 후보자는 현재 한겨레신문의 온라인 오피니언 매체인 ‘훅(hooK)’에 보수측 고정필진으로 초대돼 올해 5월부터 9개의 칼럼을 게재해오고 있다.
 
홍 후보자의 사회 쟁점 관련 저작이나 발언에 대한 비판 또한 사실과는 거리가 있다. 홍 후보자가 정권의 입맛에 맞춰 촛불시위를 ‘거짓과 광기’라고 표현하고 전교조 해체를 공공연하게 주장했으며, 반북 활동을 해왔다는 것이 그의 임명을 반대하는 주요 근거로 왜곡돼 활용되고 있다.
 
광우병 위험성 과장에 따른 촛불시위를 분석한 ‘거짓과 광기의 100일’ 공동저자인 이재교 변호사는 “촛불시위의 가장 큰 문제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이 매우 과장됐고, 상당수 국민들이 날조된 정보에 겁을 먹고 거리로 나왔기 때문에 이러한 주장의 허위성을 지적하고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출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책에서는 비판론자들의 주장과 달리 정부의 졸렬한 협상과 아니한 대처 등이 촛불시위를 키웠다는 점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변호사는 “좌우를 떠나 잘못된 주장과 행위에 대한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주장과 다른 태도를 취한다고 해서 극우라고 공격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한 자세”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홍 후보자의 이념적 성향을 묻는 질문에 “홍 후보자는 극단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오히려 좌우 소통에 가장 앞장서온 인물이라는 것이 적절한 평가이다”라고 말했다.
 
홍 후보자가 ‘전교조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는 것도 과장의 산물이다. 홍 후보자는 저서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에서 2006년 교원평가를 반대하며 연가투쟁까지 공언한 전교조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 책은 또한 전교조 선배들의 고언 등을 통해 친북반미 성향 등에서 환골탈태해 새롭게 태어날 것을 촉구한 것이 핵심 맥락이다.
 
북한 정치범수용소 출신 강철환 씨는 “유엔총회에서 수년 째 결의안까지 채택해 북한인권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홍진표 씨 같은 북한 인권 개선 의지가 높은 인사가 상임위원에 들어가는 것은 그 동안 인권위의 폐쇄성을 극복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인권 분야에서도 가장 응급환자에 해당하는 북한 인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홍 후보자의 임명까지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서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하는 등 인권개선을 위해 노력해온 홍 후보자의 임명을 탈북자들은 적극 환영한다”고 말했다.


홍 이사는 지난 11월 1일 사퇴한 문경란 상임위원 후임으로 한나라당이 추천하였고, 이후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 대통령 임명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한나라당이 국회의석의 다수를 점하고 있기 때문에, 홍 이사의 인권위 상임위원 임명은 무난하게 이루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