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련·통진당 ‘共謀’해 김재연 의원 만들어”


고려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달 12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을 탈퇴했다.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 무려 89.2%의 찬성으로 탈퇴를 결정했다. 고려대는 민족해방(NL)계열 운동권의 대표주자이자 2009년 한대련 가입 이후 중심적인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번 탈퇴는 한대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적단체로 규정된 한국학생총연합회(한총련)과 차별화를 선언한 한대련은 2005년 ‘이전과 다른 새로운 학생운동’을 주창하며 출범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폭력사태 개입’, ‘통진당 김재연 지키기 운동 전개’, ‘김정일 사망 시 사절단 파견 시도’ 등 종북(從北)성향 및 정치적 편향으로 학생들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 같은 편향적인 활동으로 출범 당시 50여 개의 대학 총학생회가 가입했던 한대련은 이번 고려대의 탈퇴로 총 21개의 대학만이 남게 됐다.


이번 고려대 한대련 탈퇴를 주도한 인물은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이다. 한대련 탈퇴를 제1공약으로 내걸며 출마했던 박 회장은 42%의 역대 최고 득표율로 당선돼 학우들의 이해와 요구를 정확히 대변할 수 있는 총학생회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종찬 고려대 총학생회장


그는 최근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상식적인 총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한대련을 탈퇴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이 지향하는 상식적인 총학은 학우들의 이해와 요구를 최우선시하며 통진당 같은 상위 조직에 휘둘리지 않는 학생회다. 이는 그동안 학생회가 사회참여라는 미명 아래 학우들의 요구와 전혀 상관없는 편향적인 활동에 치중해왔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작년 44대 총학은 한대련의 사업을 홍보하고 학내에 유치하는 등 한대련 활동에 많은 역량을 쏟아부었다”면서 “이런 모습 때문에 많은 학우들이 총학에 등을 돌렸고, 임기 종료 당시 총학이 이행한 공약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한 일간지 칼럼 기고에서 “특정 정당과의 지나친 협력관계는 학생운동의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한대련 목표 중 하나는 정권 교체와 그것을 위한 학생회 장악이라고 한다”면서 “대학생들을 대변하고 권익을 보호해야 할 연대기구의 활동 방향이라기엔 지나치게 노골적이며 불순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특히 작년 4월 고대 내에서 한대련 주최로 열린 ‘새내기 콘서트’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도서관 근처에서 행사가 열려 학생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타 학교 한대련 간부들이 반대하는 학생들에게 폭언을 쏟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무엇보다 당시 총학은 학생을 보호하기는커녕 한대련 간부만 두둔했다는 것이 박 회장의 지적이다.


박 회장은 “44대 총학은 학우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은 채 한대련으로 가득한 일들로 총학 임기를 보냈다. 이는 총학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를 의심케 만들었다”면서 “총학이 학우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한대련 탈퇴를 통해 총학이 학우들의 생각을 모아서 행동하는 단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한대련의 문제점으로 학생들의 의견수렴 부재를 꼽았다. 한대련은 대의원들의 결정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의장중심 체제이기 때문에 기층 학생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대련의 지나친 정치 편향성도 지적했다. 그는 “한대련 자체가 진보 학생운동을 표방하고 있고 NL계열 학생들이 주도하고 있는데다 많은 한대련 소속 학생들도 통진당 당원인 만큼 통진당과의 협력관계는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한대련과 통진당이 공모해 국회의원 김재연을 만들어내고, 이 과정에 부정선거와 폭력사태를 야기시킨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일갈했다.


박 회장에 따르면 통진당은 한대련과 공모해 청년 비례대표 후보로 김재연을 내세웠다. 한대련 추천으로 비례대표 후보가 된 김재연은 많은 한대련 소속 학생들이 통진당 당원이었던 덕에 청년 비례대표로 선출될 수 있었다. 



특히 그는 “한대련에서 ‘김재연 지키기 운동’을 벌인 것은 대학 연대단체의 행동으로는 납득할 수 없다”면서 “연대단체는 정치적 목소리를 내기 위해 존재하지만, 학생들의 의견수렴 없이 목소리를 낸다면 학생들의 대표체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부정 선거 사태로 통진당에 크게 실망했다”며 “진보정당은 보수정당보다 대학생들의 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학생들의 지지 정당 중 하나지만, 통진당이 계속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면 학생들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종북 문제와 관련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기에 북한을 추종하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현재 남북은 대치상태에 놓여있고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에 지나친 종북은 경계해야 한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와 보수를 넘나든다고 소개했다. 그는 “촛불집회에서 MB정부를 규탄하다 연행돼 재판을 받기도 했고, 통진당의 부정선거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면서 “학생들의 대표이기에 특정 정치적 성향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원하는 정치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향후 고려대 총학생회는 한대련의 대안 연대체로 10월 출범하는 ‘전국대학총학생회모임(전총모)’에서 활동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전총모의 강점으로 학생들의 의사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전총모는 사안에 따라 움직이므로 학생들의 생각에 반하는 사안은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연대조직에 얽매이지 않고 학생들의 의사를 바탕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한대련에 비해 참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끝으로 고려대의 탈퇴가 한대련 몰락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 학생들은 이미 한대련에 대한 염증이 있는 상태다. 고려대가 탈퇴해서만이 아니라 지금의 한대련은 언젠가 학생들이 등을 돌릴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