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 민주주의’ 시대 김정일 정권은 소멸될까?

앞으로 펼쳐질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떨까?

중국과 일본에 앞선 한미FTA 체결은 한국이 동북아 최대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는 또 세계 최대 정보망을 갖춘 인프라라를 토대로 IT 분야 선두를 향해 내달리고 있다.

우리에게 놓인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겠지만 많은 국내외 석학들은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북한 문제로 인한 극심한 혼란이 없어야 가능하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는 그의 미래 예견서 『미래의 물결』에서 이러한 한국의 현실을 정확히 집어내고 있다.

아탈리는 책에서 한국은 2025년 무렵 ‘일레븐’이라고 불릴 11대 강국으로 급부상할 것이며, 그 일레븐 중에서도 강국의 반열에 들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역시 ‘북한문제가 해결됐을 때만’ 가능하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는다.

책은 앞으로 한국이 안전한 상태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가 빚어놓은 갈등, 즉 북한과의 관계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북한문제로 말미암아 남북간 무력충돌이 벌어지거나 북한의 몰락으로 한국에 극심한 혼란이 찾아온다면, 이것이 한국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김정일 정권의 붕괴는 필연이다. 저자는 남한에 극심한 혼란을 가져올 난민유입이나 무정부, 무력충돌 등을 발생시킬 수 있는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저자는 머지않은 미래에 국제사회 맹주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느라 극도로 지친 미국이 스스로 맹주의 자리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미국이 몰락한 세계는 권력을 가진 여러 세력이 공존하는 ‘다중심적 체제’로 변환된다.

동시에 이 체제는 세계적으로 국가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시장의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오래가지 못하고, 시장의 논리가 세계를 지배하는 ‘하이퍼 제국’이 형성된다고 말한다. 또 하이퍼 제국은 국지적 분쟁을 낳아 전세계가 분쟁에 휩쓸려 ‘하이퍼 분쟁시대’로 넘어갈 것으로 예견한다.

그러나 인류는 여기서 멸망하지 않는다. 인류는 분쟁 이후 스스로의 생존 방식으로 평화를 선택하고 현재보다 한단계 성숙된 ‘하이퍼 민주주의 시대’를 개척할 것이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하이퍼 민주주의 시대에는 지독한 독재자를 대상으로 전쟁을 벌이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독재자는 자연스러운 시장의 확대와 독재국가 내 정보 확산 등을 통해 붕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북한의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이퍼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한다면 북한은 과연 그러한 과정에서 붕괴 혹은 체제변환을 할 것인가? 그때가 되면 북한의 독재는 사라질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 전, 해결될 것 같지 않은 북한의 인권문제는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아쉽게도 저자는 ‘북한의 미래’를 주의깊게 예견하지는 않았다. 전인류의 미래를 예견하는 그에게 북한의 수령절대주의는 너무 지엽적인 문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저자에게도 북한의 미래는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였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미래는 한국에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북한 핵실험으로 고조됐던 북핵 위기가 2·13합의로 진정국면을 맞이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북한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언제든 반전될 수 있다. 북한 핵문제 속에 잊혀지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끔찍한 인권유린 실태는 우리가 짊어져야 할 마음의 짐이기도 하다.

한편, 얼마 전부터 한국사회에서는 북한에 있을지 모르는 급변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만여명에 달하는 탈북자의 존재와 김정일 독재, 끝나지 않는 핵문제와 이로 인한 갈등…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 비밀스럽게 계속되는 외부정보 유입은, 이제 북한이 언제 어떻게 급작스런 변화를 맞게될 지 모른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해준다.

그렇다면 우리가 이러한 북한의 미래물결을 감당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북한 급변의 파장을 최소화하고, 이를 한반도 전체에 인권과 자유 실현의 계기로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전략적이고 분명한 국가계획을 갖춰야 할 때이다.

세계적인 석학의 미래 예견서에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 미래를 좌우하고 있을지 모르는 북한에 대한 비전과 전망이 빠져 아쉬운 감도 있지만, 이 책은 현재 존재하는 북한문제의 해결 없이는 우리 미래에도 희망이 없다는 사실만은 분명히 말해준다. 자크 아탈리가 말하는 ‘미래의 물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류현수/북한인권청년학생연대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