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으로 전력 생산” 밀어붙이는 北…주민들은 ‘한숨’

설비·기술력 부족한데 北 당국은 '자력갱생' 강조하며 자체 해결 주문

풍력
북한 황해북도 사리원시 닭공장에 세워진 여러 대의 풍력터빈.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당국이 풍력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풍력 발전을 위한 설비는 물론 기술력도 뒷받침되지 않은 게 현실이지만, 당국은 이에 아랑곳 않고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노동자들에게 무리한 과제를 주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에 “평안남도 지역 인민위원회 중소형 발전소운영 사업소에서 풍력에네르기(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 방침집행에 대한 강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정작 현실에서는 풍력발전기 설치와 운영에서 제기되는 문제들이 적지 않아 원만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 노동자와 기술자들이 엄청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올해 초 풍력 등을 통한 전력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된 뒤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에너지원을 효과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오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도 이후 풍력 발전을 ‘가장 발전력이 많은 에너지자원’, ‘원천이 고갈되지 않고 생태환경 파괴가 없는 전망성이 큰 에너지자원’이라고 소개하면서 효율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신문은 최근까지도 풍력 등 자연에너지를 통한 전력문제 해결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러면서도 이를 위한 동력은 ‘자력갱생 정신’을 통해 확보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전력문제 해결을 위한 풍력발전 방안과 자원을 마련해야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당에서는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교류발전기를 개조해 풍력발전기를 만들라’고 주문하고 있으나, 구리선 등 발전기를 만드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재료와 이를 구입할 수 있는 돈이 부족한 상황에 기술력도 미비해 기술자들과 노동자들이 이 같은 당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다.

소식통은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전기를 보장하려면 더 많은 풍력발전기를 설치해야 하지만 돈이 부족해 발전기를 만들 엄두도 못 내고 있다”며 “자재도 없고 기술적으로도 난관이 많아 당의 방침을 집행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북한 당국은 ‘풍력발전기 한 대당 한해 평균 3만kWh의 전력을 보장하라’는 과제까지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아무리 자력갱생이라 해도 이건 너무하다’는 불만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밖에 현지에서는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이 수력이나 화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데, 풍력으로 생산된 전기를 비싸게 팔 수 있는 제도적인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북도 신의주시 풍경. ‘자력갱생의 번영의 보검으로’라는 선전문구가 눈에 띈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 당국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자력갱생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17일 ‘자력갱생은 우리 식 사회주의의 생명선’이라는 제목의 논설에서 “오직 자체의 힘에 의해서만 정치사상적 통일과 단결을 이룩할 수 있으며, 제 발로 걸어나가는 경제, 제 힘으로 자기를 지킬 수 있는 국가방위력도 건설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신문은 ‘자력갱생이야말로 국가건설과 활동에서 중핵 중의 중핵’, ‘우리 식 사회주의, 우리 국가와 인민의 자주적 발전을 확고히 보장할 수 있게 하는 최강의 보검’, ‘사회주의 강국을 하루빨리 일떠세울 수 있게 하는 최선의 방도’, ‘후대들의 행복을 굳건히 담보할 수 있게 하는 영원한 생명선’, ‘공화국의 발전과 번영의 제일가는 담보’라면서 자력갱생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모든 일군(일꾼)들과 당원들과 근로자들은 자력갱생만이 우리가 살길이며 전진발전의 유일한 진로라는 신념을 심장깊이 새기고 오늘의 혁명적 대진군에서 자기들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