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일부 지역에 개인에게 일체의 농사 권한을 위임한 개인포전담당제가 시범적으로 도입돼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편에서는 여전히 전 단계 농업개혁 조치인 포전담당제조차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군마다 2개 농장, 또 농장마다 몇 개 작업반씩 가족 단위 포전담당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다고 했는데, 제대로 진행하는 곳은 드물다”며 “실제로 자기들한테 차례지는 몫이 없다 보니 다시 본래대로 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협동농장의 생산성이 떨어지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분조를 가족 단위로 축소한 포전담당제가 시범 도입됐으나,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첫해에는 가족 단위로 분조담당제를 실시해서 분위기가 좋았고, 전례 없이 농사도 잘됐다. 그런데 예전이나 마찬가지로 힘들게 농사를 지어봤자 가을에 가서 분배가 제대로 되지 않자 농장의 주인처럼 일하지 않게 됐고 또다시 수확량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래도 저래도 힘든 건 마찬가지니 차라리 장사해서 사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장사 길에 나선 사람들도 많다”면서 “현재 사람들은 협동농장식이나 포전담당제나 크게 차이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포전담당제는 지난 2012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확립할 데 대하여’라는 담화 발표를 계기로 본격 도입됐다.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기존의 분조를 가족 단위로 쪼개 포전(일정한 면적의 논밭)을 경작하도록 한 제도다. 일정 비율의 생산량만 당국에 바치면 나머지는 각자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김정은 시대 대표적 농업개혁 조치로 꼽힌다.
실제 일부 지역에 포전담당제가 시범적으로 도입된 후 ‘개인 몫을 보장하고 처분의 자율성까지 주는 포전담당제는 농민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으나, 예정과 달리 계획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국가에 바쳐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농민들의 의욕이 되레 상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소식통 역시 “포전담당제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는 사실 좋았고, 실제 예전보다 수확량이 20%는 더 늘었다”며 “그러니 사람들은 ‘국가가 거짓말만 하지 않고 약속한 대로만 한다면 괜찮은 수확량이 나올 것’이라는 말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소식통은 “그대로만(예정대로만) 한다면 열심히 농사를 해보고 싶다는 건 농장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라고 했다. 국가에 바쳐야 하는 몫이 일관성 있게 유지만 된다면 제도 자체를 거부하거나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다.
한편 본보는 지난 10일 현재 북한 일부 지역에서 개인포전담당제가 운영되고 있으며, 실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양강도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포전담당제가 정착하지 못한 지역이 있는 반면, 그보다 한 발 더 나간 개인포전담당제가 실시되고 있는 지역도 있는 등 북한 내 농업개혁 양상이 천차만별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당시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과 보천, 은흥에서 위(당국)의 지시로 실시한 개인 농사들이 협동농장보다 우세를 확실하게 보여줬다”며 “농사가 잘된 곳은 같은 곳에서 작년보다 생산이 2배 가까이 되는 곳도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개인포전담당제 토지 알곡 생산 크게 늘어… “개인농사 우월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