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대박전략 핵심은 ‘주민혁명의식’ 고취다

지난 1월 6일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대박론’을 제기한 이래 새삼스럽게 통일문제가 주요 화두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보수언론까지 나서서 통일이 되면 안보론자들에게는 매우 민감한 부문인 ‘안보(安保)비 연간 21조원 축소’까지 주장하면서 통일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민족통일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 동안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이유에서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통일무용론’ 내지는 ‘남북분단공존론’이 제기돼 왔다. 이런 측면에서 비록 박 대통령이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통일담론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통일의 중요성을 깨우쳐 줬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만 문제는 통일을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 통일대박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우선 헌법상 전쟁통일은 불가하다. 전쟁통일을 하려면 헌법을 먼저 고쳐야 한다. 백보 양보하여 우리가 전쟁통일을 원하다 하더라도 미국과 중국이 반대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절대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 결과 또한 참담할 것이다. 재만 남은 북한을 무슨 수로 복구 및 재건할 것인가? 헌법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전쟁통일은 불가하다.


다음으로 북한조기붕괴에 의한 흡수통일 또한 쉽지 않다. 우선 북한 조기붕괴가 가능한가부터가 문제다. 북한조기붕괴를 위해서는 친위쿠데타나 개량주의적 민중혁명이 아닌 ‘자유민주주의식 민중혁명’이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 북한상태에서 그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설사 우연히 그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북한 혁명주체들과 주민들 모두가 남한으로의 복속을 원한다면 별문제이지만 만일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북한을 복속시키는데 엄청남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조기 붕괴에 의한 흡수통일도 좋은 대안은 못된다.


통일방법은 하나로서 북한내 민주화를 통한 남북한 합의통일이다. 그러나 이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문제다. 북한 민주화를 위해서는 민주화 주체가 생성되어야 하는데, 수령독재체제인 북한이 체제붕괴를 가져올 지도 모르는 정치적 민주주의를 허락하겠는가? 쉽지 않은 문제다.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정치민주화는 상층부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이루어져 왔다는 점을 우리는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민주화도 북한 지도부의 의사와는 별개로 이루어질 것이다.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북한이 시장화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시장화가 반드시 정치적 민주화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중국이나 베트남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적 시장화와 정치적 독재가 공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동구 사회주의 경우에서처럼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북한은 과연 어느 경우에 속할 것인가?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태도와 역할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 생각된다. 북한의 약점이자 우리의 강점인 경제분야를 활용하는 것이다. 위의 논의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은 시장화가 가능한가? 가능하다. 비록 아직도 수령과 노동당, 군부가 경제를 좌우하고는 있지만 이미 밑에서는 시장경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의 주민들은 장사 없이는 굶어죽는 형편일 정도로 장사가 보편화돼 있다. 전면적 배급제가 시행되지 않는 한 시장은 존재할 것이다. 다만 현재보다는 시장의 폭이나 규모가 훨씬 더 커져야 한다. 그 결과 소부르죠아가 나타나야 한다. 북한에는 이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것을 더욱 확장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둘째, 북한이 시장화를 하면 북한내에서 자생적 혁명세력이 형성될 것인가? 아니다. 현재로서는 어렵다. 북한 주민들은 장성택 사건에서도 보듯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감시와 통제를 받고 있다. 따라서 시장화가 자동적으로 민주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혁명의식을 갖는 지식인이 언제 어떻게 생성되느냐는 것이다. 목숨을 던져서라도 혁명을 해야 한다는 의식의 소유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북한주민들은 최소한 60대 미만까지는 한번도 정부를 비판하는 보도나 모임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셋째, 우리는 북한의 시장화를 촉진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다. 각종 이유를 들어 북한 시장에 개입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 북한이 비록 부분적이기는 하지만 개방 지역을 설정해 놓고 있음에도 들어가지 않고 있다. 북한이 폐쇄를 고집해도 이것을 뚫을 궁리를 해야 하는데, 스스로 개방을 하겠다는 지역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이는 통일대박전략이 부재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물론 북핵문제, 천안한 폭침 사과문제 등이 걸려 있지만 현재와 같은 제로섬게임적 분단구조 하에서 북한의 전향적 태도를 기대하기는 난망이고, 이를 일시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은 분단구조가 타파되는 통일밖에 없다.
 
결국 북한민주화는 지난한 일이고 ‘대박’이 되는 평화통일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우리가 다방면에 걸쳐서 통일준비를 해야 하지만 특히 사상적 측면에서의 준비는 더욱 서둘러야 한다. 비록 북한에서 시장이 발달하고 소부르죠아가 생성된다 할지라도 주민들의 혁명의식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흔히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원인을 구체제의 모순, 국가재정난, 계몽사상과 시민계급의 성장, 미국혁명의 영향 등으로 꼽는다. 그러나 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계몽사상과 시민계급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것이 다 갖춰져도 절대군주라 할지라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혁명을 통해 추방할 수 있다는 사상과 이를 실천할 만한 시민계급이 없다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북한에는 시장 형성, 혁명의식, 시민계급 등 모든 면에서 프랑스 혁명 시기보다 훨씬 못하다는 점이다. 프랑스 혁명전에는 혁명 사상 논쟁이 지식인들의 일상사였고, 루이 16세 부인인 마리 앙투아네트가 거리여성의 주인공이 되는 소설까지 나왔다. 제3세계 민주화 시기 종속이론을 비롯한 좌파이론이 기여를 했다면 북한에는 우파 자유주의 혁명이론이 들어가 기여를 해야 한다. 과연 누가 이를 담당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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