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대담] 마약에 중독된 북한 사회, 정상화할 방안은?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사회편②] “마약도 北체제 문제...국제사회와 종합 대책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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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 청진 라남제약공장에서 생산하는 아편가루.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한 코(모금)하고 가요~”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은 최근 “친구 집에 놀러 가면 빙두(필로폰)를 내놓고 함께 흡입하는 게 최고의 대접”이라면서 이 같은 인사말이 최근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그 만큼 필로폰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명절 때 간부들에게는 뇌물로 주기도 하고, 심지어 중학생과 초등학생 생일파티 때 친구들끼리 마약을 흡입하는 일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석탄 수출이 여의치 않자 자금을 벌 수 있는 수단으로 ‘마약’이 뜨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석탄 생산기지가 마약 제조·판매지로 변모했고, 여기에선 국경지대까지 운반해 밀수를 담당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따로 부리는 등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마약 근절’ 입장이다. 생산자·유포자를 법적으로 엄중히 처벌하는 내용의 상부 지시가 지속 하달되고 있다. 또한 기본 생산 요충지라고 할 수 있는 함흥(함경남도), 평성, 순천(평안남도) 지역에서는 각종 관련 단속반이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 일단 단속이 형식적인 선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생산기지들이 대부분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뒷돈(뇌물)을 주고 무마하곤 한다.

이 같은 단속반의 부정부패는 다른 방식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빼앗은 마약을 되파는 작업을 벌이는 등 개인 돈벌이에 혈안이라고 한다. 이 같은 모습을 지켜본 주민 사이에서는 ‘이 나라는 조만간 망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마약 생산·유통을 뿌리 뽑고 확산을 방지할 대책은 무엇이 있을까?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최근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주제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윤여상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소장과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번 대담에서는 북한 마약의 실태와 더불어 문제가 발생한 원인과 근본적인 해법에 대해 심오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이에 데일리NK는 ‘북한 정상국가로 가는 길-사회편(Part 2)’의 핵심 내용을 문답식으로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태 전 공사와 윤 소장의 대담 전체 영상은 국민통일방송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다음은 태 전 공사와 윤 소장의 대담 일문일답.

태 : 마약은 현재 북한 사회를 위협하고 있는 주요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당국은 장성택 처형의 주요 이유로 짚기도 했다. 마약 문제의 심각성, 어느 정도인가?

윤 : 우리 단체는 북한 마약류 감시기구를 만들어서 조사하고 발표하고 있다. 최대 위협요인을 마약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마약 확산이 너무 빠르고 그 폐해가 심각하고, 통일 이전에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또한 이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북아시아,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으므로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

태 : 일반 국가에서는 의료용을 철저히 분리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북한은 어떤가?

윤 : 북한은 의료용과 판매용 마약의 구분이 거의 없다. 생산, 유통, 소비가 체계적으로 관리가 안 되고 있다. 마약 관련 법률도 있고 규정도 있지만,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 마약을 단속·관리하는 사람들이 마약을 유통하는 데 앞장서기 때문이다.

태 : 북한 빙두(필로폰) 중독 숫자가 주민의 30%가 이른다는 조사결과를 본 적 있다. 이 정도까지 심각하다고 할 수 있을까?

윤 : 북한은 90년대 이전에 예외적으로 극소수의 사람들이 마약을 사용했는데 이후 북한 경제가 어려워 지면서 마약이 급속도로 확산됐다고 본다. 적어도 지금 시점에서는 북한 주민의 30% 이상은 마약을 사용한 경험이 있고, 그 중에 다수는 중독성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여기서 심각한 건 어린아이, 여성들, 그리고 심지어 임산부도 마약을 흡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학생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받는 수준이라고 한다. 마약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북한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태 : 마약을 밀매하다 체포하면 사형까지 한다고 들었다.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데 이걸 막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윤 : 마약 중독은 본인만이 아닌 가족 전체를 파멸에 이르게 하곤 한다. 이는 북한만의 특징이 아닌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북한은 훨씬 더 심한 행태로 나타난다. 바로 국가가 주도했던 측면이 있어 국민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90년대 이전 북한은 당국 차원에서 마약 생산을 하고 수출을 했다. 그러다 국제사회의 압력 때문에 그런 행위를 할 수 없었고, 이후 상황은 조금 달라지긴 했다. 즉 관련 담당자들이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민생 마약을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요약해 보면 국가 단위에서 생산하고 관리를 담당했던 기술자들이 민간 영역으로 넘어와서 북한 사회에 마약이 확산됐다고 볼 수 있다. 결국, 마약도 북한 체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태 : 여기에서 백도라지 사업(김정일 지시에 따라 은밀하게 진행된 양귀비재배사업)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겠다.

윤 : 북한 주민들이 마약을 사용할 때 이를 마약이라는 인식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배가 아플 때 먹는 약, 통증이 있을 때 먹는 약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체 약품으로 마약을 사용하곤 하는 것이다. 즉 마약 사용을 범죄라는 생각 않고 그래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에서 마약을 제일 많이 하는 집단은 마약 단속반이다. 인민보안성이나 국가보위성에서 그걸 단속하는 사람들이 빼앗아 원래 국가에 바쳐야 하는데 고가의 물품이기 때문에 은밀히 시장으로 유통시킨다. 이후 판매 행위를 단속해서 또 유통시키는 행위를 반복한다. 또한 여기서 본인이 직접 하기도 한다. 단속해야 할 사람들이 단속을 못 하니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되는 셈이다. 마약은 비싸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이 사용하기보다는 간부층이 사용하기도 쉽다. 간부층이 일반 주민보다 마약에 중독될 가능성이 월등히 크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사회 통제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에 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태 : 근절하기 위한 방도가 있을까?

윤 : 마약은 북한 당국도 해결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고 처벌도 하고 단속도 하고 있다. 북한 당국도 주민들이 마약에 찌들어서 퇴폐적이고 중독성 있는 삶을 사는 걸 원하지 않는 것이다. 마약은 다른 것보다도 협력과 공동 대응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어찌 됐든 당국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마약 근절을 위해서는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생산을 못 하게 하는 방법, 유통을 못 하게 하는 방법, 사용을 못 하게 하는 방법, 사용자들을 자활을 통해서 마약 중독을 끊도록 하는 방법 등을 복합적으로 구상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단속과 통제만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북한에 제시할 필요가 있다. 마약 유통망도 해결해야 하고 특히 생산시설, 마약 원료를 생산하는 시설을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야 하고,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다른 업종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써야 한다. 북한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유엔이나 국제사회 등이 협력을 하면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은 마약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을 스스로 이야기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대한 설득 작업도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대외에는 평화와 관계 개선을, 내부적으로는 경제개발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한 비핵화 진전과 내부적인 개혁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정상국가 건설에 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은 절대 핵을 포기하지도 않을 것이고 유화적 태도도 대북 제재를 해제하기 위한 꼼수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북한이 이야기하는 정상국가와 우리가 바라보는 정상국가 개념이 상이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前)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각 분야(정치, 사회, 경제, 인권, 통일 등)별 전문가와의 대담을 통해 북한이 개혁해야 할 문제들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해법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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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