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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까지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의 누적 인원이 5천명을 넘어서면서, 탈북 청소년들의 숫자 또한 증가하고 있다. ‘The DailyNK’는 탈북청소년을 교육하는 대안학교 탐방을 통해 탈북청소년들의 실상을 알아보고, 한국사회 정착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다음은 서울 경동교회에서 운영하는 ‘똘배학교’ 이정숙 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현재 몇 명이나 교육받고 있으며 학생들의 생활은 어떻습니까?
현재 11명이 교육받고 있으며, 학생들이 평소에는 산만하고 끈기가 없지만 그래도 검정고시에 응시할 때가 다가오니 나름대로 성실하게 공부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있습니다.
-교육하는데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작년에 처음 교육을 시작할 당시의 학생들은 그래도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정도 지난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국 사회에 적응도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13명이 대입검정고시에 응시해 11명이 합격?정도로 성과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탈북청소년들이 거의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들어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곳의 교육에도 적응하기 힘들어하고 나이에 비해서 학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초부터 교육을 해야 하는데, 청소년들이 단체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어해서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이 힘든 만큼 교육받는 학생들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일 때마다 느끼는 보람은 큽니다.
-앞으로도 탈북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고 그만큼 탈북청소년 또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지금처럼 제도권 밖에 있는 대안학교로는 수용능력에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 제도권 내에 교육기관을 세우는 등의 다른 대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도권 내에 학교를 세우기에 앞서 기준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통일부에서 세운 한겨레학교가 있는데 그곳 역시 아직은 실험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은 의료시설은 물론 심리치료실까지 갖추고 있을 만큼 시설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각 학생을 분류할 때, 가장 기본적인 학력검사도 거치지 않은 채 명확한 기준이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분류하고 있어서, 각 개인의 수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교의 편의위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탈북청소년을 교육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교육자 중심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도권 내에 탈북청소년을 위한 학교가 세워지는 것 자체는 좋지만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철저히 피교육자의 수준에 맞춰서 맞춤식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탈북청소년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특징이 경제적인 욕구가 상당히 강하다고 하는데, 이 문제는 어떤 식으로 교육하고 있습니까?
그 전에 정부에 대해서 좀 불만을 말하고 싶습니다. 아직 정신이 미성숙한 탈북청소년들이 가장 먼저 눈뜨게 되는 것이 바로 물질적 가치입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서 어느 정도 성숙한 뒤에 주어도 될 정착금을 사리분별이 명확치 않은 청소년들에게까지 지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성숙한 정신에서 물질적인 욕망이 더 커지는 것입니다.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정착금을 받자마자 고가의 휴대전화를 구입하고 돈을 마구 써댑니다. 경제관념이라는 것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돈을 주는 것은 어리석은 짓인 것입니다.
차라리 현실적인 직업교육을 시켜서 자기가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지 정착금을 쥐어줬다고 해서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곳 학생들도 처음에는 경제관념이 전혀 없었지만 여기서는 그래도 학생들이 교사들의 말에 잘 따라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점차 경제관념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탈북자 수용정책 개선안에 따르면 탈북자 입국심사도 강화해서 입국하는 탈북자의 수를 줄일 예정이라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가 심사에 있어서 어느 정도 엄격함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곳에 현재 11명의 학생들이 있는데 3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가족과 함께 있지 않습니다. 모두 이산가족인 셈입니다. 현재 가족이 중국에 있는 경우도 있고 아직 북쪽에 남아있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상태로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분명히 나쁜 일입니다. 가족이 있는 경우에 그래도 한국 사회에 대한 적응이 더 빠르고 교육효과도 더 크게 나타나는데 안타까운 일입니다.
-탈북청소년들은 어린 나이에 모진 경험을 하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한 경우가 있을 텐데 어떤 식으로 불안한 면이 나타나며 그런 심리적 불안정은 어떻게 치료합니까?
일단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으로 심리적 불안정을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작년 여름에 고입검정고시를 마치고 심리검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상당히 의외였습니다. 평소에 공격적이고 반항적인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이 심리검사결과는 오히려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것으로 나온 것입니다.
이는 탈북청소년들이 보이는 거칠고 반항적인 모습이 결코 그들의 본래 심성이 아니라 학생들이 탈북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생을 겪으며 생긴 것입니다. 보통 중국에서 3~4년 정도를 떠돌기 때문에 그런 과정에서 성격이 변화된 것입니다. 그래서 평소에는 상당히 거칠고 공격적이지만 본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 교육자의 입장에서는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한 대화와 이해가 필요합니다.
-그런 심리치료 과정에 교육생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합니까?
심리치료의 일환으로서 작년 말에 여기 있는 교육생들이 글 모음집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탈북하는 과정을 담은 수기, 한국에 와서 느낀 것 등 교육생들의 여러 생각이 담겨 있습니다. 평소에 자신의 생각을 거의 표현하지 않고, 마음을 열지 않으려던 교육생들이었지만, 그래도 글을 쓸 때는 진지하고 신중하게 글을 쓰는 모습이었습니다. 나름대로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죠. 문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탈북청소년들의 내면 역시 보통 청소년들과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영어 어학연수를 떠난 한국유학생들이 현지에서 자기들끼리 어울리다보니 영어가 늘지 않는 것처럼, 탈북청소년들도 이곳과 같은 대안학교에서 자기들끼리 어울리다보니 한국 사회에 적응이 늦어지게 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분명히 그런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도 지난 8월에 방학기간을 이용해 남한 학생들에게 탈북청소년과의 동반교육 참여를 접수받아 교육생들이 친구도 사귀고 , 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참여자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아쉽게 불발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제도권 학교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육을 추진해 보려고 합니다. 더욱 필요한 것은 남한 사회 학생들의 관심입니다. 다행히 고려대학교 학생들이 이곳 똘배학교에 관심을 보이고 자원봉사는 물론 여러 도움을 주고 있어서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동반교육 같은 프로그램에 남한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것은 탈북자에 대한 편견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입니까?
편견이 문제가 아니라 무지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예 탈북자에 대해 관심 자체가 없습니다.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준다면 이 학생들의 적응이 더 쉬워질 것입니다. 그래도 이곳 아이들은 나름대로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 같아서 대견합니다.
-이곳에서 교육받는 학생들의 장래 희망은 무엇입니까?
워낙 어린 나이부터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몰라도 장래 희망이 참 야무집니다. 나중에 의사, 기자, 성직자 등이 되어서 통일이 된 후 자신의 고향에 돌아가 그곳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하는 교육생들이 많습니다.
-탈북청소년들이 대체로 인터뷰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북쪽에 아직 가족이 남아있는 교육생들도 있고, 자신만 빠져나온 것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교육생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인터뷰를 해서 언론에 노출되면 북에 남아있는 자신의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피해가 미칠까봐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이 큰 이유입니다.
김인희 대학생 인턴기자(고려대 행정학과 4년) kih@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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