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박사의 북한읽기] 북한의 전반적 무상치료제의 실체

2014년 완공된 북한 평양 위성과학자 주택지구 내 병원의 모습. / 사진 = 연합

북한의 ‘전반적 무상치료제’는 무료교육과 함께 국가의 부담으로 전체 주민들에게 의료상 혜택을 주는 가장 “인민적인 보건시책”이자 이상적인 복지정책으로 유명하다.

북한은 1947년부터 노동자, 사무원과 그 부양가족에게 국가사회보험법에 따른 무상치료제를 실시했다. 한국전쟁 당시인 1952년 11월 13일 북한은 ‘전반적 무상치료제를 실시할 데 대하여’라는 내각 결정을 채택하고 무상치료 대상을 노동자, 농민에서 전체 주민으로 확대 실시한다.

당시 북한은 구소련과 중국,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지원을 토대로 일부 병원과 진료소를 설립하고 필요한 의료기자재와 약재를 수입하여 충당하는 형편이었다. 또한, 의사, 간호원 등 준비된 의료인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조건에서 무상치료제 실시를 위한 기반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1953년 1월 1일부터 ‘전반적 무상치료제’ 시행을 전격적으로 선포했다.

전후 북한은 전반적 무상치료 시행을 위해 국가적 투자를 단행했다고 하지만 의료복지를 국가가 책임지기에는 국가 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북한 주민들은 무상치료제도가 주는 형식적 구조 하에서 질적인 수준이 담보된 의료서비스는 전혀 받아보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당국은 무상치료제도가 “노동당과 수령의 인민시책의 우월성”을 담보한다고 선전하면서 무상치료제가 인민들의 건강을 증진시킬 뿐 아니라 추가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주민소득에 기여한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사회주의 복지국가로서의 이미지 개선만 추구하려는 북한 특유의 과시성 복지정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평안남도 통신원에 따르면 최근 북한 시장에서의 물가 폭등으로 비법 의료시술, 무단의약품 생산과 판매와 같은 주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들이 성행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한다. 평안도 지역에의 경우 개인들이 불법으로 만들어 파는 의약품 종류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불법제조 약품은 다음과 같다.

구분 북한 지역에서 불법생산 및 판매되고 있는 약품들
주사약 페니실린, 마이실린, 디메드롤(알레르기 질환, 멀미, 초기 감기 치료), 캄파(신장약 일종), 0.8% 링거, 5% 포도당, 세아민, 모르핀
먹는 약 아스피린, 테라미찐(테라마이신, 항생제), 테드라치 클린, 령신화(소화제 일종), 청심화, 소체환(소화제 일종), 건위산(위염약) 등 각종 소화제와 설사제, 설사멎이약

 

몸이 불편한 환자가 진찰을 위해 왕진을 요청하면 인사로 비싼 담배, 술, 식사대접 등을 하는 것이 당연시되고 있으며, 진단을 내리고 약을 처방받더라도 별도로 돈을 내고 약을 사야 한다고 한다. 진찰한 환자가 돈이 많아 보이면 의사도 성심을 다하고 그렇지 않으면 대충 진료를 끝내는 것이 현실이다.

이 밖에도 최근 북한 내 의사들이 의료제도 체계 내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주고 받는 비용까지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원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공식 의료기관에서도 무상치료는 흔적만 남아 있는 실정이다. 통신원에 따르면 평안남도 인민병원에 초음파진단을 받으러 간 한 주민은 과 담당 의사에게 진단비용을 2만 원을 지불한 이후에도 초음파 의사에게 2중으로 3만 원의 비용을 더 지불하고 검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 주민이 초음파 검사를 위해 지불한 비용은 왕복 운임 4만 원, 식사, 숙박 등 기타비용 5만 원, 초음파진단 5만 원 등 총 19만 원에 달한다.

이 주민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충수염(맹장)진단을 받았다. 이후에도 수술을 위해 담당의사에게 진단비용을 지불하고 집도의사에게 10만 원의 현금을 지불했다고 한다. 또한, 7일간의 입원비용으로 약 8만 원을 지불하고 치료와 회복에 필요한 붕대, 소독약, 항생제, 영양제 등은 시장에서 자체로 사서 충당했다고 한다.

결국, 무상치료제를 선전하는 북한에서 이 주민이 충수염 진단과 수술을 위해 지출한 총비용은 약값을 제외하고도 약 40만 원이다. 최근 북한지역에서 쌀 1kg이 5,000원 정도로 팔리는 점을 감안하면 쌀 80kg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 한 가계의 6개월분 식량이 치료 비용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덧붙이자면 이 주민의 공식적 월수입은 3,500원이다.

이를 통해 북한의 무상치료제는 사실상 시장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며 진단, 수술, 치료의 모든 과정에 실질적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치료 과정에서 위험부담이 높을수록 그 비용은 더 올라간다. 현재 북한지역에서 여성들의 피임(자궁 절취)수술비용은 집도 비용만 300만원, 자궁 난종 수술 역시 집도 비용만 400만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평성 백송리의 한 40대 여성 농장원은 자기가 자궁암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돈이 없어 수술치료도 못 받고 집에서 방치되어 있다가 사망했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 수술치료를 하지 않아도 되는 질병의 경우 주민들은 무면허 의사에게 침이나 뜸을 맞거나 시장에서 약을 구입해 자체로 치료하고 있는 실정이다. 입원치료는 비용이 너무 비싸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최근 불법적 낙태 수술도 성행해 비위생적인 시설에서 시술을 받다가 감염되거나, 출혈을 멈추지 못해 생명을 잃는 일도 있다고 한다. 평성 석탄 대학 여학생 1명이 민가에서 불법 낙태 수술을 받다가 출혈을 멈추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사망해 사회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사건도 있었다.

이와 같은 열악한 의료 환경과 관련 지금 북한 주민들은  “짐승보다 못한-벌거지(벌레)같은 인생”이라고 개탄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참혹한 현실들이 경제난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기인된다고 하기에는 북한의 사회현실이 너무도 심각하다. 어차피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본인이 원하는 데로 병원도 선택하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진정한 생명권의 보장을 위한 현실적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의 의학 분야는 자력자강에 기초한 북한의 폐쇄정책으로 북한의 의학 분야가 제대로 발전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첨단과학기술과 설비, 약품의 구비를 동반하는 의학 분야에서 낙후된 수준을 면치 못하는 현실도 인정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북한의 전반적 무상치료제는 사실상 작동되지 않고 있으며, 유상치료제보다 못 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의료 복지는 “당과 수령의 영도업적”이나 치적을 과시하는 도구로 되어서는 안 되며 주민들의 생명권과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현실적 대책이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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