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올해 식수절은?…행사 최소화하고 별도 지침 내려

올해도 나무심기 후 점심 함께 먹는 행위 금지… "어길 시 반국가·반당 행위로 규정한다 언급"

2020년 3월 2일 식수절을 맞아 북한 주민들이 나무심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내달 2일 식수절(식목일)을 앞두고 어김없이 묘목 심기 행사 관련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는 행사를 최소화하고 별도의 행동지침을 제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코로나 비루스(바이러스) 방역 규정을 철저히 지키면서 기존 원칙대로 식수를 진행한다는 지시가 23일 중앙당에서 도 당위원회로, 내각에서 도 인민위원회로 내려왔다”고 전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식수절 당일 오전 단위별로 묘목을 심는 ‘식수행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지만, 당국은 이번에 중앙(평양)과 도 소재지를 제외하고는 별도 행사를 열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북한이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강력한 거리두기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집단감염 위험을 높이는 다중 참여 행사를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소식통은 “반공작일(오전에는 일하고 오후에는 휴식하는 것) 규정과 행사 때 마스크를 무조건 착용하도록 한 것은 지난해와 같지만, 단위별 식수 현장 작업 인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그마저 분산 전개하도록 한 것이 이전과 다른 특이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식수 행사 이후 함께 모여 점심을 먹는 행위를 하지 말라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수절 당일 오전에 나무를 심고 점심에는 각자 준비해온 도시락을 꺼내 함께 먹는 것이 오랜 관행이었지만, 북한은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부터 이 같은 행위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해 집체식사를 조직하지 말라고 했음에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끼리끼리 모여 개인 집이나 작업반실에서 다 함께 어울려 먹었다는 보고가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올해 식수절에는 이를 국가 비상방역체계와 당의 방침에 어긋나는 반국가적·반당적 행위로 규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각급 당 조직에 행사 참여 인원들이 흩어져 귀가하는지 마지막까지 정확히 장악·통제하라는 별도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올해는 지역 당 조직이 지난 10일부터 닷새간 나무 묘목이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한 지역이나 심하게 벌거벗은 곳들을 통계 내고 지도에 표기해 중앙당에 보고하는 작업이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이후 중앙당에서는 당 일꾼들이 식수 사업에 ‘이신작칙(以身作則, 행동으로써 모범을 보이는 것)’해야 한다며 해당 지역들에 도·시·군당 책임일꾼들을 최소한 한 명씩 파견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당에서는 특별히 책임일군(일꾼)들이 매년 하는 식수 사업을 등한시하거나 만성적으로 대하지 말고 5개년계획 안의 중요한 사업으로 간주해 산림복구가 안 된 곳들을 제 눈으로 보고 대책을 세우도록 한 것”이라며 “이를 두고 안에서는 식수 사업이 행정조직만의 사업이 아니라 당적으로 틀어쥐고 나가야 하는 사업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식수절 나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5년 3월 2일 식수절을 맞아 공군부대를 방문해 직접 나무를 심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런 가운데 내각에서는 이전처럼 단위별로 어느 산림경영소에서 어떤 종류의 묘목을 얼마큼 받아 가라는 일반 행정적인 지시를 내리면서 식수 구역으로 묘목을 운반하는 사업을 25일까지 마무리하도록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올해 산림경영소는 지역별 토양질에 맞는 묘목을 원만히 생산한 상태로, 식수절 행사에 쓰이는 묘목은 물론 개인이 관리하는 뙈기밭(소토지)에 심을 묘목까지도 100% 국가가 보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현재 뙈기밭을 개별적으로 유지·관리하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식수절에 4m 간격으로 나무를 심되, 죽은 나무가 있으면 새 묘목으로 대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상태”라며 “지난해에는 묘목 마련 비용을 개인들이 일부 부담해야 했지만, 올해는 국가에서 보장해준다고 해 주민들이 한시름 놓고 있다”고 했다.

한편, 북한 당국은 산림감독원들이 뒷돈을 받고 주민들의 뙈기밭 식수 지시 불이행을 눈감아주는 현상을 타파하겠다는 목적에서 식수절 직후 일정 기간 담당구역을 바꿔 감독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감독원들은 바뀐 담당구역에서의 식수 이행 상황과 이후 원래대로 복귀한 뒤에 자기 담당구역의 식수 이행 여부를 각각 상부에 보고해야 하는데, 당국은 이를 종합 비교해보고 현저한 차이가 있는 등의 문제가 있을 시에는 처벌도 가하겠다고 언급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산림감독원들끼리 서로를 감시하게끔 하는 체계를 만들어 부정부패를 없애고, 이중 확인 작업으로 뙈기밭에 실제 묘목을 심었는지 제대로 파악하려는 나름의 묘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