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반신반의’ 대학생 “찢긴 선체 보고 부끄러웠다”

“당시 대입준비 중이었어요. 그런데 순직하신 장병들에 대한 추모의 분위기보다는 그 원인을 두고 누구 말이 맞는가의 진실게임 분위기였죠. 헷갈렸어요.”


대학생 홍지수(24, 여) 양은 천안함 폭침 사건 당시를 이같이 기억했다. 홍 양은 “시사 쪽에 밝으신 선생님들도 단편적으로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에 그쳤죠”라고 말했다. 윤설희(25) 양은 당시 정부의 발표에 좀 더 비판적이었다고 소회했다. “휩쓸려갔죠. 당시 일부 언론이 정부를 극도로 의심했는데, 그것에 영향을 강하게 받았어요.”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사회공헌팀 팀장인 홍 양과 정책개발팀 팀원인 윤 양은 지난 23일 천안함 폭침사건 3주기를 맞아 평택 2함대 사령부를 방문해, 처참하게 찢겨진 천안함 선체를 둘러보고, 북한인권과 안보관련 강연을 들었다.









▲’미래를 여는 청년포럼’ 사회공헌팀 홍지수(左) 팀장과 정책개발팀 윤설희(右) 양.

홍 양과 윤 양이 3년이 지난 천안함 폭침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봤다. 


홍 양은 “사실 언론보도로만 들은 사건들은 너무 관념적이라 애도의 감정이 생기질 않았다”라며 “오히려 그러한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 일단 방문해보자, 라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윤 양은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어요. 남의 말을 듣고 속단하기는 싫었죠”라고 말했다.


1박2일의 견학일정을 마치고 난 뒤 이들의 심경 변화는 상당했다. 윤 양은 반신반의하고 있던 중에 서해수호관의 여러 전시물과 ‘천안함 사건 시뮬레이션’을 보니 무엇이 객관적인 정보인지를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객관적인 정보를 놔두고 계속 의심을 했던 자신이 조금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며 “이런 정보가 많은 이들에게 도달했으면 좋겠어요. 시민들이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폭침사건의 진실에 대한 인식이 확고해지자, 지금도 여전히 국제합동조사단의 조사결과에 의문을 품는 정치·언론·시민사회에 부정적인 시각도 갖게 됐다고 했다.


홍 양은 “우리나라만큼 음모론이 팽배한 나라가 없을 것이다. 안보는 우파의 전용물이라는 그릇된 인식이 그 원인이 되고 있다”고 했고, 윤 앙은 “정치적으로 활용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 하에 음모가 생산되는 것”이라는 소견을 밝혔다.


이들은 특히 천안함 폭침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는 정부발표를 믿지 못하는 등의 냉소적이고 방관자적인 사회 분위기는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세대에게도 큰 안보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학원에서 사회·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윤 양은 교과서나 교재의 북한에 대한 편향된 정보가 우선 교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교과서 내지 교재에서 정치색이 빠졌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한 면만을 보여주게 됩니다. 북한에 대해 있는 사실만을 그대로 가르쳐도 아이들이 나름의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홍 양은 국민의 ‘안보불감증’을 우려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우리보다 북한 핵 위기를 더 걱정해요. 기본적으로 한국인들은 심각한 안보의식 결여증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가의 책임도 있습니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안보의식을 전파해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