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민주화 ‘권위주의 종말’ 알리는 혁명”

튀니지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 열풍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까지 강타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중동 지역에 쏠리고 있다.


북아프리카 및 중동의 권위주의 국가들은 1980년대 말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붕괴됐을 때도 흔들림 없이 권력을 지키며 30~40여년 가까이 장기집권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그러나 튀니지 한 과일 노점상인의 분신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는 철옹성 같던 중동의 독재 체제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리고 있다. 살인적인 인플레이션, 무능력한 정부 행정 등을 통해 누적된 불만은 시민들을 반정부 시위 대열에 합류시키는 계기가 됐다.


장기 집권에 순응해 오던 중동의 민중들은 왜 지금 시점에서야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표출하고 있는 것일까? 2011년 중동은 과거와 무엇이 달라져 있을까? 데일리NK는 중동 민주화 운동이 갖고 있는 의미를 알아보기 위해 국내 대표적 중동 전문가인 서정민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를 만났다.


5년간 중앙일보 카이로 특파원을 지낸 서 교수는 중동 지역에서 12년간 경험을 쌓은 현장 경험을 살려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인터뷰는 지난 4일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한국외대에 위치한 서 교수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서 교수는 먼저 이번 중동발 민주화 운동을 “리더가 없는 21세기의 새로운 혁명의 모델”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혁명은 중동인들의 인식구조를 바꾸는 혁명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굉장할 것”이라며 “중동을 넘어서 전 세계 권위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기념비적인 혁명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번 민주화 시위 열풍에는 ‘뉴미디어’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중동 시민들은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위성 TV를 통해 튀니지의 민주화 운동 상황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위성TV 등은 그동안 권위주의에 대항하지 못한 중동인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심어줬으며, 그들의 의식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극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주화 혁명이 성공했지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일 뿐으로 앞으로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라며 민주주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프로젝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동에서 일고 있는 이러한 민주화 열풍은 역시나 장기 독재 국가인 북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서 교수는 전망했다. 그는 “북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자체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라며 “권위주의 인식체계에 대한 인류의 마지막 종말을 고하는 사상혁명이 번지고 있다. 북한도 예외일수는 없다”고 단언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이번 중동 민주화 운동에 대해 “21세기의 새로운 혁명의 모델을 제시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김봉섭 기자


[다음은 서정민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 전문]

– 이번 중동 민주화 혁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를 해보자면?


“한마디로 예상치 못한 혁명이었다. 아랍권의 독재 국가들이 오랜 기간 장기집권을 유지하면서 민중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했고, 청년들의 실업 문제가 만성화되는 등 전반적인 생활의 질은 상당히 낮았다. 이 같이 누적된 혁명의 동력은 있었지만, 이처럼 빠르게 민주화 혁명이 진행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혁명이었지만, 21세기 새로운 혁명의 모델을 제시한 획기적인 사례라고 강조하고 싶다.”


– 21세기의 새로운 혁명의 모델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벌어진 나흘간의 시위로 자인 엘아비딘 벤얄리 대통령은 타국으로 망명했으며 30년을 장기 집권한 이집트의 무라바크는 단 18일간의 시위로 하야를 결정했다.


이 같은 독재정권의 퇴진을 불러일으킨 민주화 운동은 ‘리더’가 없는 혁명이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과거의 무수한 혁명들은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지닌 리더, 혹은 그 그룹에 의해 주도돼 왔다. 하지만 이번 중동 민주화 운동에는 그런 리더가 없다는 것이 그 특징이다. 때문에 21세기의 새로운 혁명의 모델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미 여러 언론에서 강조했듯이, 이번 민주화 운동은 ‘뉴미디어’의 영향이 가장 컸다. 중동 시민들은 트위터, 페이스북은 물론 위성 TV를 통해 튀니지의 민주화 운동 상황을 24시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특히 ‘알자지라 라이브’ 방송은 나흘간의 튀니지 민주화 운동을 중동 전 지역에 생중계 하면서 가장 큰 파급력을 끼친 것으로 보고 있다. SNS와 위성TV등은 그동안 권위주의에 대항하지 못한 중동인들로 하여금 자신감을 심어줬으며, 그들의 의식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자극제가 된 것이다.”


– 그렇다면, 그동안 중동과 아프리카 북부를 비롯한 아랍문화권에 유독 독재 국가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아랍권은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문화, 권위주의, 무기와 무력에 의존을 하는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예로부터 이 지역에는 유목문화가 발달했는데 이 같은 문화적 배경이 독재 권력을 강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유목부족들은 사냥과 목축을 하면서 살아간다. 야생 짐승들로부터 가축들을 지켜야하고 사냥을 위해 날카롭고 강한 무기를 사용해왔다. 또한 이들에게는 오아시스, 우물은 ‘생명’과 같다. 타 부족으로부터 이것을 지키기 위해 전투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때문에 남성중심의 가부장적 권위주의가 발달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거꾸로 보면, 더 강력한 무력에는 쉽게 굴복한다는 의미도 된다. 때문에 아랍인들은 권위주의 체계에 도전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해왔다. 이 같은 이유로 독재정권도 장기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서정민 교수는 중동 민주화 운동이 중동 전역에 포괄적이고 깊게 번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봉섭 기자

– 중동의 독재국가들이 민주화 되고 있다는 실질적인 사례를 제시해 달라.


“예멘의 경우 살레 대통령이 민주화 시위가 거세지는 것을 보고 부자세습을 포기하고 2013년 자신의 집권을 끝내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우리나라 6.29 민주화 선언보다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사우디아라비아도 내부적으로 절대왕정을 입헌군주제로 바꾸자는 시위와 탄원서가 나오고 있다.”


– 중동 민주화 전개 양상을 진단해보자면.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민주화 혁명이 성공했지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은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앞으로 많은 혼란과 시행착오가 있을 것이다. 특히 그곳의 시민들은 우리보다 정치의식이 낮고 경제 성장률도 높지 않다. 일자리 창출도 쉽지 않을 것이기에 민주주의의 정착은 장기간의 프로젝트라고 봐야한다.


하지만 중동 전 지역에 민주화 운동은 확산된 상태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번 혁명은 중동인들의 인식구조를 바꾸는 혁명이었다는 점에서 파장이 굉장할 것이라고 본다. 이것은 중동을 넘어서 전 세계 권위주의의 종말을 고하는 기념비적인 혁명 사례가 될 것이다.”


– 중동 민주화의 바람이 북한까지 미칠 수 있을까?


“중동 민주화 운동은 북한 체제를 흔들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권위주의 인식체계에 대한 인류의 마지막 종말을 고하는 사상혁명이 번지고 있다. 북한도 예외일수는 없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리비아에 나가있는 북한인들을 입국 금지조치를 내린 상태로 알고있다. 입으로 혁명이 전해지기를 두려워 한 것이다. 물론 북한은 SNS나 인터넷 기반시설이 취약하기 때문에 중동처럼 민주화 운동이 쉽게 퍼지지는 않겠지만 북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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