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총선, 보수파 노골적인 방해공작으로 얼룩

▲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14일(현지시간) 이란이 총선에 들어간다. 이번 총선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갖는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2005년 대통령에 당선, 이미 임기 4년의 절반 이상이 지났다.

아마디네자드는 2005년 대선 당시 여당이었던 개혁파의 인사들은 물론 내로라하는 보수파 인사들을 모두 물리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가 외친 구호는 “석유로 번 돈을 당신의 식탁으로”였는데 당시 여당인 하타미 정권의 무능함을 겨냥한 것이었다.

재임까지 포함해 8년에 걸친 하타미 정권의 말년은 씁쓸했다. 개혁적인 정치를 표방하며 집권한 하타미 정권은 이란의 기형적 정치체제로 인한 한계에 발목이 잡혀 제대로 뜻을 펴보지도 못했다.

1979년 호메이니 혁명으로 성립된 이란의 신정체제는 종교지도자가 국가최고지도자(종신직)로서 헌법과 사법은 물론 군대까지 직접 장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 직접투표로 구성된 의회와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대리인 노릇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미약하다.

하타미 역시 집권초기의 포부는 컸지만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보수적 종교지도자들의 벽을 넘지 못했고, 여러 개혁조치들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당시 테헤란 시장이었던 정치 신인 아마디네자드가 보수적 종교지도자들의 눈에 띄었다. 아마디네자드는 보수 종교지도자들의 힘을 등에 없고, 경제적 성과에 목마른 이란 국민들의 정서를 파고들었다. 하타미의 개혁이 이란 국민들의 삶을 전혀 개선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물고 늘어졌다.

국민들도 아마디네자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보수파간의 대결이 된 결선투표에서 아마디네자드는 큰 표 차이로 무난히 당선됐다. 그러나 서민적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가난한 국민들에게 금방이라도 선물을 안겨줄 듯 희망을 약속하였던 아마디네자드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란 국민들의 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우선 경제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크다. 지난해에는 현실보다 턱없이 낮게 발표되는 정부의 공식 집계 물가상승률만 17%에 달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은행 이자율을 강제로 낮추겠다는 정부의 정책도 실패로 돌아갔으며 휘발유 배급제 실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테헤란에는 아마디네자드의 실정을 비꼬는 다양한 농담들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아마디네자드에 대한 불만은 외교정책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민들은 아마디네자드 정권의 강경한 핵 프로그램이 국제적 고립은 물론 경제적 어려움까지 가져왔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보다 유연한 외교 정책으로 국민의 어려움을 덜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자 개혁파는 이번 총선을 현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로 규정하고, 심판의 표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개혁파의 선거운동은 순조롭지 않다. 후보를 심사해 탈락시킬 수 있는 일방적 권한을 가진 헌법수호위원회는 개혁파 후보 1천 700여명을 사전 자격심사에서 탈락시켰다. 유력 후보들을 잃은 개혁파는 290개 선거구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120여 곳에만 간신히 후보를 낼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개혁파의 무아젠 대변인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무소불위의 전횡으로 1천 700여명의 후보 등록자들을 탈락시킨 헌법수호위원회의 처사를 비난하며 이번 선거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이란 정보장관인 골람 호세인 모세니 에제이는 개혁파 대변인이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출연해 이란 정부를 비난한 것을 두고 “반역죄에 해당하는 엄중한 행위”라며 그를 반역죄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의 현행법은 이란 국민이 외국 라디오 및 TV와 인터뷰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란 국민들은 정부의 이 같은 처사에 혀를 내두르며 벌써부터 이번 선거는 아무 의미도 없다는 입장이다. 해보나마나 여당만의 ‘잔치’로 끝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정부의 노골적인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이란 국민들의 민심이 과연 어떤 식으로 표출될지, 개혁파의 약진을 기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란의 총선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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