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적 핵 반대 VS 미국 탓”…핵폭탄 맞은 좌파진영

▲’진보 진영’ 인사들이 17일 북핵반대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연합뉴스

좌파진영이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입장 차이로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좌파진영 내부에서는 ‘핵은 어떠한 이유로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주장과 ‘미국의 압박봉쇄로 인한 자위적 조치’라며 옹호하는 입장으로 갈려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7일 프레스센터 19층 회의장. 그동안 북한에 대한 비판을 금기시해오던 진보진영 인사 171명이 북한 핵실험 실시를 반대하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함세웅 신부, 김용태 민예총 회장 등 20여명의 인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에 정면으로 역행하고, 동아시아에 핵확산 도미노 현상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좌파진영 내부에서 제기된 ‘북한의 핵실험은 자위적 조치’라는 주장과 관련해 “북한은 미국의 압력 때문에 자위적 차원에서 핵실험을 했다고 하지만 핵무기 확산은 인류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친북적 성향의 통일연대, 한총련, 범민련 등이 “북핵 실험은 1차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며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대북압박에 대항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해온 것과 구별된다.

민노당 NL-PD 갈등…북핵 입장 결정 못해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으면 친북성향 단체들의 주장이 좌파진영 전체 입장으로 비쳐지는 것을 우려해 이날 기자회견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에서도 북한 핵실험을 놓고 갈등이 빚어졌다.

민노당은 지난 15일 ‘한반도 평화 실현을 위한 특별결의문’을 채택하려 했으나 핵실험 ‘반대’라는 문구를 넣자는 민중민주(PD)계열과 수위를 낮춰 ‘우려’라는 문구를 넣자는 민족해방(NL) 계열이 극심한 대결양상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는 고성과 욕설까지 오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PD계열은 ‘북핵은 어떤 이유에서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대’를 주장했고 NL계열은 ‘미국 탓’이라는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PD계열 장태수 중앙위원은 “한반도 비핵화가 민노당 기본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의 핵실험은 ‘반대’해야 할 사안”이라면서 “‘유감’이라는 표현은 북한의 핵실험이 자위적 수단으로 용인 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수파인 NL의 주장으로 결의문 최종 수정안은 ‘반대’가 아니라 ‘우려’라는 문구가 들어갔고, 이를 반대하는 PD계열 중앙위원 상당수가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당 내외에서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