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이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김봉섭 기자 |
김 원장은 14일 데일리NK와 인터뷰에서 “당장 책상에서 글을 작성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여론을 선도하는 쪽으로 우리의 정력을 더 많이 써야한다”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만 정력을 쓸 것이 아니라 국민 안으로 들어가 여론을 선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여론 선도 차원에서 이달 23일 첫 행사로 2000명 규모의 통일광장 행사를 개최한다”면서 “앉아서 세미나하는 형식이 아닌 연설회와 공연도 하는 광장행사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이념적 성향을 가진 연구원들을 하나로 모으는 적극적인 포용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연구원 내 연구자들의 이념적 성향이 다양하다. 이 연구자들을 전부 포용할 수 있도록 우선 정치적 민감성이 덜한 통일 비용문제와 사회통합 문제에 대한 연구를 함께 진행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연구를 통해 통일 비전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연구자들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을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원장은 이러한 공동 연구작업을 통해 연구원 박사들의 이념적 격차가 해소되면 정치적으로 민감한 통일 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것이 자리가 잡히면 다음 단계에는 그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통일방법론에 대해서도 정부를 선도하는 연구를 해보고 싶다”며 “통일방법론 중에 개인적으로 생각해 왔던 ‘점진적 상호동화’에 의한 통일방안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北인권 관련 연구 활동 보다 적극 벌일 것”
김 원장은 북한 인권문제 관련 보다 적극적인 연구 사업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문제에 정부뿐 아니라 연구원도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한 임무라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현 정부에 들어서도 여전히 (북 인권 관련해) 언급할 수 있는 수위는 제한적이다”면서 “남한이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하고 세계에서 13번째 GDP국가로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서 과거처럼 침묵하고 두둔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어느 수위가 적절한지는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국회에 계류중인 인권법은 통과시키는 것이 옳고 유엔이나 국제무대에서 북한인권 관련된 논의가 있을 때는 적극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사회적으로도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논의와 단체들이 늘어나야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인권이라는 것은 인류 보편적 가치에 속하는 것이다. 연구원이 지금 보다는 좀더 왕성하게 북 인권관련 연구 활동을 해야 한다”며 “통일연구원에 북한인권연구센터가 있는데 1차적 목표는 북한인권연구센터를 지금 보다는 좀 더 확대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노력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남한에는 북한인권문제에 대해 연구하거나 개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들이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데 지원하는 역할을 연구원이 하고 싶다”며 “또한 예산 허용 범위 내에서 연구 및 관련 사업을 보다 적극 벌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일 변화의지 없어 주민 통한 北변화 촉진시켜야”
이와 관련 김 원장은 북한 정권이 스스로 변화하기 힘들고 오히려 체제를 유지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통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 지배자 입장에서 체제를 지켜내지 못하면 비참한 말로를 맞이할 것이기 때문에 북한 지배층 스스로 탑다운(Top-Down)하는 식으로 변화가 일어나기는 어렵다”면서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북한 주민을 상대로 변화의 씨앗을 뿌려나가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의식 변화를 촉진시키는 방법에는 대북 심리전도 한가지 방법이고 이외 분배의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도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이 (지원 식량이) 어떤 경로를 통해 누가 보내는 것인지 알게 되면 의식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에서 지원된 것들은 북한 주민 뇌리속에 남한과 바깥세상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만들고, 결국은 북한 민주화·개방화에 대한 열정을 쌓게 만들 것”이라면서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그렇게라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대북 심리전에 대해 그는 “군이 직접 나서는 심리전도 있고 민간단체들이 하는 풍선 날리기도 있는데, 주체와 방법에 대해서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군이 과도하게 심리전에 직접 나서거나 불필요하게 자극적인 내용을 심리전 주제로 삼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장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남한의 실상을 알려주는 것이 가장 훌륭한 심리전 콘텐츠일 수 있다”면서 “다만 심리전의 방법, 주제 등은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에 대해 그는 “정부차원에서 기획을 하거나 내부적으로 생각들을 민간과 주고받을 필요는 있지만 정부가 공개적으로 대북 심리전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천안함·연평도 간접 사과 수용도 고려해야”
김 원장은 남북관계에서도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남북관계와 관련 원칙을 유지하는 가운데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그는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있어 대북정책의 실패를 이야기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 아무런 성과가 없다고 볼 수도 있으나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남(南)으로부터 기대할 것도 없어진다는 메시지를 지금도 주고 있다. 그 자체가 성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중장기적으로 이런 대북 기조는 우리의 대북관리 능력을 키워나가는 길이고 북한에게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라면서 “다만 같은 결과면 대화를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는 것이 더 좋지 않으냐, 이런 차원에서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 원장은 “천안함 사과를 요구만 하지 말고 천안함 사과를 요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유연성에 속하는 문제”라며 “직접적인 정부 대 정부 사과를 요구하기 보다는 간접적 사과 또는 트랙 1.5 ‘반관반민’ 행태의 간접적 사과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3대 세습 성공 가능성과 관련 김 원장은 “예측하기 힘들다”면서도 “서구식 기준으로만 본다면 김정은이 나이가 어리고 경력도 없고 권력 기반, 카리스마도 아직 쌓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3대세습 체제가 안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북한이 워낙 특수한 환경에서 자기 주민들을 통제해 왔기 때문에 북한 체제가 언제 삐꺽거릴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통일연구원장 공모 과정에서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 김 원장은 “안보와 국방관련 연구자였던 사람이 통일연구원장으로 가는 것이 적합하지 않다는 말을 듣고 억울했다”면서 “누구 못지않게 통일에 대한 많은 고민을 한 사람이고 안보정책과 통일정책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