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네스티 “北, 남한-중국 지원식량 주민에 전달 안해”

▲ 2006 연례보고서를 소개하는 엠네스티 이레네 칸 사무국장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는 23일 워싱턴에서 발표한 ‘2006년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엔 여전히 공개처형과 광범위한 정치범 수감, 고문, 가혹행위, 식량분배의 차별 등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중국과 남한에서 제공하는 대북 식량지원의 절반은 정작 식량이 절실히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 당국이 지난해의 풍작을 이유로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을 중단했으며, 세계식량계획의 감시요원을 추방해 식량 배분에 대한 적절한 감시망이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 북한 어린이 50% 정도, 영양 실조 상태

북한 정부와 세계식량계획(WFP), 유니세프가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의 북한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이고, 37%의 어린이가 만성적인 영양실조, 23.4%의 어린이가 체중 미달인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지난 2002년 시행된 7.1경제개선관리조치로 기본 식품의 시장 가격이 폭등함으로써 가장 취약한 계층의 주민들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북한에서는 수용소 내에서 정치적 반대자들만 처형되고 있을 뿐 아니라, 식량 절도범 같은 경제범들도 처형되고 있다는 보고들이 다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은 영양실조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용소 규칙을 위반하는 수감자들에 대해 식량 공급을 더욱 축소한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또 감옥에 있는 여성 수감자들이 계속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남성 보호관들은 재판 전 구류기간동안 여성 수감자들에게 모욕감을 주거나 부적절하게 신체를 만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산부와 고령 여성을 포함한 모든 수감 여성은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들판이나 감옥 내 공장에서 노역에 동원돼 힘겹게 생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동남아시아 국가, 탈북자 강제 송환 사례 늘어

올해 보고서는 특히 탈북자들의 열악한 인권상황과 북송 후의 처벌에 관해서 큰 우려를 나타냈다.

이 중 특히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남한으로 가고자 하는 탈북 난민들을 강제로 송환시키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탈북난민들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도착하기 전에 머무는 중국에서도 강제 북송된 사례가 수백 건이 넘었으며, 이를 피하기 위해 많은 탈북난민들이 베이징에 소재한 외국인 학교나 외교 공관에 진입해 제 3국으로 추방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말 현재 중국 내 외교 공관에서 강제북송 될지 제 3국으로 추방될지 결정을 기다리는 탈북난민의 수가 100명이 넘는다고 한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수용소에 수감돼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으며, 최고 3년 형의 징역형에 처해진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송환 돼 수용소에 수감된 여성들 가운데 임산부들은 낙태 시술을 강요당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 중국 내 탈북여성 성적 착취 심각

보고서는 이러한 탈북 난민을 돕는 지원 활동가조차 북한 당국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한에 정착했던 인민군 장교출신 탈북자 강 건 씨가 탈북자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다 지난 해 3월 중국 지린성에서 북한 보위부 공작조에 의해 납치됐다는 것. 엠네스티 측은 지난 해 강 씨의 송환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었다.

보고서는 지난 해 1월 중국에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약 70명의 탈북자들이 공개 처형됐다는 미확인 보고가 있었고,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탈출하는 것을 도와준 두 사람이 공개처형되는 장면이 담긴 비디오가 공개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은 강제 결혼과 성매매 업소로의 인신 매매 등을 통해 성적으로 착취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또 북한이 주민들의 표현의 자유와 결사의 자유 등 기본권도 계속 억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예로 지난 해 7월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에서 비밀리에 선교를 하던 문성전 씨 사례를 들었다. 문 씨 이외에도 문 씨 형제 8명과 주민 80명이 체포돼 지하교회를 다닌 혐의로 심문을 당했으며, 현재 이들의 생사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