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늘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차를 맞았지만 남북관계는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신뢰를 쌓는다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에 따라 대북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정부 출범 전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고, 개성공단 폐쇄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유발시켰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국제사회와의 공조로 강력 대응했고, 북한의 ‘몽니부리기’에 남측 근로자 철수라는 ‘카드’를 꺼내들면서 4개월여 만에 개성공단을 정상화시켰다. 이후의 대화 노력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을 통해 3년 4개월 만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까지 성사시켰다.
하지만 북한의 진정성 없는 태도로 남북관계가 답보상태를 이어갔다. 북한은 끊임없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대북전단 살포 중단, 5·24조치 해제 등을 요구해오면서 대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단거리 미사일 무더기 발사,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고사포 사격 등으로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켰다.
정부는 북한의 대화 전제조건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언제든지 만나 남북 간 모든 현안을 논의할 수 있다”며 대화의 문은 열어 놓고 있다. 또한 올해 24개의 핵심개혁과제에 ‘남북 간 실질적 협력의 통로 개설’을 목표로 ‘통일준비’가 들어간 것도 남북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주도권 못잡아” vs “신뢰구축 노력 평가”=전문가들 사이에서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간 남북관계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다만 현재 남북관계에 대한 진단과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새로운 돌파구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 했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데일리NK에 “남북관계는 정체됐고, 골든타임이라 할 수 있는 2년이 가버렸다”면서 “주변 환경이 좋지 않았지만,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고 갈 수 있었는데 실패해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고 평가했다.
전 원장은 이어 “(남북관계에서) 장애는 항상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장애 때문에 못했다고 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헤쳐 나가려는 적극적인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남북관계에 대한 유연성을 주문했다.
이에 반해 북한의 ‘3차 핵실험’, ‘개성공단 근로자 철수’와 같은 어려운 조건에서도 남북관계의 원칙적 입장을 견지해오면서 남북 간 신뢰 구축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경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명박 정부 때 남북관계가 단절된 것이 복원되기를 기대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에 부흥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북한에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원칙을 가지고 신뢰를 구축하려고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화 요구 조건 등으로 남북관계가 진전되기는 어려운 조건이 많았다”면서 “(우리 정부가) 대화에 매달리지 않으면서도 만나서 대화를 해야 5·24조치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냈기 때문에 북한이 나서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남북관계, 올해 넘기면 해빙 어려울 것”=올해는 광복·분단 70주년으로 우리 정부는 남북공동 기념행사 개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대화를 통해 남북 간 현안 해결과 협력의 토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이 성사되면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가능성이 높지만, 북측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남북관계는 안개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내년엔 총선, 그 이듬해엔 대선이란 정치적 일정을 앞두고 있는 만큼 올해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올해 남북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만들지 못하면 상당 기간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전 원장은 “내년부턴 선거 국면이기 때문에 올해 전환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신임 (통일부) 장관이 통일에 대해 진보·보수를 떠나 모두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 연구위원 역시 “북한이 대화를 위한 부당한 요구 조건을 내세우는 것에 불복해선 안 된다”면서도 “북한을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은 설득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관련 한 대북 전문가는 “홍용표 장관 후보자는 북한보다는 외교 안보 분야 관련 연구를 많이 한 인물이기 때문에 통일부에서 남북관계 등을 제대로 컨트롤 할지 모르겠다”면서 “특히 홍 후보자는 국방 분야 관련 자문을 해온 경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국방부 차관으로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