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국무위원회 위원들의 기념사진을 끝으로 북한 매체에서 자취를 감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50여 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그의 모습이 공식 석상에서 확인되지 않아 숙청설, 강제노역설 등 여러 신변이상설이 제기됐으나, 북한 매체를 통해 다시금 건재함이 확인됐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3일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전날(2일) 제2기 제7차 군인가족예술소조경연에서 당선된 군부대들의 예술소조공연을 관람했다고 전하면서 관련 사진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 속에는 김영철이 김 위원장의 왼편 다섯 번째 자리에 앉아 있는 모습도 담겼다.
앞서 한 언론은 김영철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책임을 지고 해임된 뒤 혁명화 조치를 당해 자강도에서 강제노역을 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나 김영철이 김 위원장과 함께 공연을 관람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그를 둘러싼 신변이상설은 불식됐다.
대북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김영철과 김정은은 군사대학(김일성군사종합대학) 시절에 자주 함께 다녔고 친분이 많이 쌓여 있다.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하는 관계이기에 미국에도 보낸 것”이라며 “하노이 회담 결렬에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오히려 좀 쉬면서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준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통일전선부 사상검열 때에도 김영철은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면서 여전히 그가 북한 내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데 무게를 실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지난 4월 10일 당 조직지도부에 통전부에 대한 사상검열을 실시할 것을 지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김정은, 통일전선부 사상검열 지시”…김영철 해임 관련있나?)
이번 사상검열과 통전부장 교체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 없지만, 김영철이 하노이 회담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당시 소식통은 “일단 김영철이 책임지는 모양새를 취할 것으로 보이나, 그의 신상에 변화가 생기면 김(김 위원장)의 베트남 행보가 실패로 평가된다는 측면에서 실각은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김영철이 긴 부재를 끊고 김 위원장의 일정에 동행한 모습이 북한 매체를 통해 보도되면서 여전히 그가 정치적으로 건재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고지도자가 참여하는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가 그의 굳건한 정치적 지위를 나타내주는 척도가 된다는 이야기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김영철에 대한 신임을 거뒀고, 정치적인 처벌을 받고 있거나 혹은 처벌을 검토 중이라면 사실상 그 자리(공연장)에 나올 수 없다”면서 “적어도 지금까지는 기존의 신임이나 정치적 지위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김영철이 당 전문부서 장(將)의 직책을 내려놓은 것이 확실시된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 매체 보도에 나타난 고위급 인사 호명 순서로 볼 때 여전히 김영철이 당 정치국 위원과 국무위원회 위원직은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은 높으나, 대남부서인 통전부의 수장 자리는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영철은 현재 당 전문부서 장을 겸하고 있는 리만건 조직지도부장, 박광호 선전선동부장, 리수용 국제부장, 김평해 간부부장, 최휘 근로단체부장, 안정수 경공업부장, 박태덕 농업부장과 박태성 최고인민회의 의장 뒤에 호명됐다.
한편, 김영철의 건재가 확인됨에 따라 향후 그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대남·대미 라인이 정리되면 김영철은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며 “최선희가 앞에 나서고 김영철은 뒤로 도와주는 방식 또는 그 반대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밖에 그는 근신설이 나돌고 있는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에 대해서도 “지금은 근신이 아니라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김여정, 김영철, 최선희가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