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없는 전쟁터, 이곳이 ‘비료쟁탈’ 현장

▲ 열차에서 떨어진 비료를 주워다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

DailyNK는 북한 ‘지하 저널리스트’ 리만수씨가 지난 5월초 청진~신의주 행 열차를 타고 북한 전역을 촬영한 영상을 입수, 5회 연속 독점 연재한다. 리만수 씨는 북한에 거주하는 30대 중반의 노동자로, 지난 2004년부터 북한 내부 동영상을 촬영, 전 세계에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있다.

DailyNK는 청진 역을 출발, 함흥역과 신순천 역을 지나는 열차의 내부와 정차역의 풍경을 3회 연속 연재했었다. 리만수씨는 북한 주민의 일상을 담기 위해 종착역인 신의주에 도착하기 전에 열차에서 내렸다. 평안남도 신안주시를 지나던 리씨는 웅성웅성 대며 모여있는 사람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 곳은 평안남도 안주시에 위치한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 내 비료공장에서 생산된 비료를 기차에 싣고 와 협동농장이나 기업소의 트럭에 옮겨 싣는 현장. 사람들은 비료가 분배되는 현장에 대기하고 있다가 땅에 떨어진 비료를 주워 팔기위해 모여 있었다. 비료포대가 약하기 때문에 열차 안팎에 떨어진 비료가 적지 않다.

북한에서는 4월 말~5월 초에 농사를 시작한다. 이 시기에 비료의 수요도 급증하고 비료 공장도 생산을 시작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공장이 대부분 멈췄기 때문에 비료 생산량은 수요량의 10%에도 못 미친다.

비료는 협동농장 뿐 아니라 개인 밭에도 필요하지만, 개인은 비료를 공급받지 못한다. 북한에도 개별적으로 산을 개간해 만든 소토지가 있다. 식량공급이 제대로 안되니 작은 땅을 나눠주고 배급이라 생각하고 알아서 농사 지어 먹으라고 한 것이다.

그러나 비료는 국가 통제품으로 장마당에 내놓고 팔 수 없기 때문에 암시장을 통해 거래가 이뤄진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인근 지역 주민들인데, 열차에서 떨어진 비료를 주워 모아 비료 도매상에게 판다. 장사꾼 아줌마(도매상)들이 이곳까지 나와 즉석에서 매매가 이뤄진다.

열차가 멈춰서면 재수좋은 날은 떨어진 비료를 5kg 정도 긁어모을 수 있다. 비료는 1kg 당 350~400원 선에서 거래된다. 북한 일반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대략 2,500원임을 감안하면 그나마 수입이 쏠쏠하다. 이 때문에 열차가 오면 떨어진 비료를 모으려는 주민과 비료포대를 지키려는 보안서원(경찰) 간에 소리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 관련기사 :

[ 北 ‘지하 저널리스트’ 리만수- 내부 리포트①]

█ 관련기사 :

[北 ‘지하 저널리스트’ 리만수- 내부 리포트 ②]

█ 관련기사 :

[北 ‘지하 저널리스트’ 리만수- 내부 리포트 ③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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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료 하역작업을 시작한다. 뒤쪽이 비료를 싣고 온 기차 화물칸이다. 비료를 협동농장이나 기업소의 트럭으로 옮겨 싣고 있다. 화물차는 중국제다. 최근 2~3년간 중국의 중고 자동차가 굉장히 많아졌다. 중국에서는 승용차는 7년, 화물차는 10년이 넘으면 무조건 폐차시키게 돼 있다. 업자들이 폐차하기 직전의 차를 헐값에 북한에 팔아넘긴다.

= 선글라스를 낀 남자는 보안서원(경찰)이다. 비료가 주민들에게 습격당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곳곳에서 지키고 서 있다.

= 비료 장사는 한 철이기 때문에 온 가족들이 나와서 뛰어든다. 이렇게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들까지 비료를 줍기 위해 혈안이다. 비료는 즉석에서 매매되기 때문에 귀중한 현금 수입원이 된다.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어 막노동보다 훨씬 낫다.

= 군대에도 밭이 있기 때문에, 비료를 얻기 위해 하급병사들이 차출되어 나온다.

= 주위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이 하역이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서 현장으로 조금씩 다가온다. 사람들이 조금씩 다가오니까 보안서원이 “야~야~, 가라~가라~”며 욕설을 섞어가며 쫓아낸다. 그때마다 사람들은 시치미를 떼면서 도구를 보이지 않게 숨긴다.

작업이 끝나면 누가 신호도 하기 전에 사람들이 동시에 뛰쳐나간다. 약한 비료 포대가 터져서 기차 화물칸 안에 떨어지기도 하고, 트럭에 옮겨 싣다 떨어진 비료도 많다. 이때 포대와 양동이 등 갖가지 도구들이 등장한다. 가지고 있는 도구를 최대한 활용해 하나라도 더 줍기 위해 필사적이다.

= 비료를 줍다보면 흙이 섞이게 된다. 흙이 섞이지 않도록 열심히 고르는 모습. 잘 고르지 않으면 상품 가치가 떨어져 제 값을 못 받기 때문에 비료 골라내기에 열중한다.

= 포대 안을 살펴보는 아줌마 두 명이 장사꾼. 앞에 어린이 두 명이 자기가 가져온 비료를 사달라고 현장에서 거래하고 있다. 아줌마들은 이 비료를 암시장에 더 비싼 값에 판다. 아이들이 1kg에 400원 달라니까 아줌마는 350원도 비싸게 주는 거라고 말한다. 이런 거래에서 주민들은 비싸게 팔기 위해 주운 비료가 깨끗하다고 강조하고, 아줌마들은 싸게 사기 위해 흙이 묻어 있다고 꼬투리를 잡는다.

The DailyNK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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