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北 변화 원하면 대북방송 투자해야

오늘날 한반도가 풀어야 할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시급성을 기준으로 순서를 꼽아보자. 하나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요. 둘은 한국의 세계화 문제요. 셋은 남과 북의 통일 문제다. 이러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우선 한반도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민족의 당면 과제임은 두 말할 나위 없다. 동시에 급속한 세계화 흐름 속에서 국제사회가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하는 세계사적 과제이기도 하다.

한반도 지역의 세가지 문제는 각각 그 성격이 달라 한꺼번에 해결될 수는 없다. 그러나 세 가지 문제에는 공통점이 있다. 각 문제들을 해결하기에 앞서 먼저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는 점이며, 공교롭게도 그 문제의 내용이 서로 같다는 점이다. 그 공통점은 북한의 변화와 개혁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정치경제적 개혁과정을 거쳐 민주화와 시장경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도 한반도 통일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

북한이라는 짐을 안고서는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적 역량을 경제발전과 세계화 개혁에 집중하기도 어렵다. 북한 변수를 낮게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경험했던 1차 북핵위기, 대아사, 핵실험 등과 북한 붕괴에 따른 재건과 통합 비용 추산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지금은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끌어내는 데 우리의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북한의 변화와 개혁을 끌어내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은 새롭게 출범하는 정부와 북한의 개혁개방,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일해온 전문가와 NGO, 그리고 북한의 변화를 원하는 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 찾아내야 한다.

북한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인 방법 한 가지를 특별히 제안하고 싶다. 라디오 방송을 대폭 강화하는 것이다. 라디오 방송은 이미 폐쇄적인 사회의 변화를 끌어내는 데 매우 효과적인 매체라는 것이 검증된 바 있다. 소련을 비롯한 동구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주민들의 의식변화가 뒷받침된 것이었다. 당시 주민들의 의식변화에 중요한 동력이 되어준 것이 바로 외부 정보와 변화의 신념을 실어 나르던 라디오 방송이었다.

북한은 극단적인 개인 독재사회다. 그런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김정일 정권은 세가지 통치 방법을 구사했다. 첫째, 국가의 생산수단과 식량을 독점하고 주민들의 생존권을 장악했다. 둘째, 외부세계의 정보를 차단하고 독재자인 자신을 ‘신’으로, 북한을 ‘지상낙원’으로 믿게 하는 사상선전을 반복 실시했다. 셋째, 철저한 정치적 숙청과 폭력을 동원해 경쟁, 저항, 불만 세력을 완전히 솎아냈다.

이 세가지 통치 방법 가운데, 첫 번째 방법은 90년대 중 후반 식량난 이후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이미 무력화되었다. 또 2000년대 이후, 북한은 외부와의 교류나 국제사회의 지원이 없으면 유지될 수 없는 사회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정세를 잘 활용하면 김정일 정권의 두 번째 통치방법을 무너뜨릴 수 있으며, 두 번째 통치방식을 무너뜨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대북 라디오 방송을 강화하는 것이다.

KBS한민족방송의 대북주민대상 프로그램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이미 진행되고 있는 대북민간방송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그 동안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어렵게 대북방송을 해온 방송국들이 있다. 자유조선방송, 자유북한방송, 열린북한방송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대북민간방송국들은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없어 외국의 주파수와 송출소를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방송출력도 매우 낮아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음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 대북방송국들에게 국내 주파수와 송출소를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자신들이 지상낙원이 아니라 독재사회에 살고 있다’는 자각을 심어주고, 고통스러운 자신들의 생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전쟁’이 아니라 ‘북한의 개혁개방과 민주화’라는 사실을 전하는 방송을 남에서 북으로 보내야 한다. 이것이 새 정부가 역점을 두어야할 대북사업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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