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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탈북자들이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이며, 그 주된 원인이 북한사회의 보편화된 인권유린과 인간존중의 결여에서 기인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탈북자 국내정착 의료지원단체 <아름다운 생명>의 유시은 상담실장은 23일 연세대에서 열린 세미나(공릉복지관 주최)에서 “대다수 탈북자들이 ▲사회적응 스트레스 ▲신체화 장애(자신이 건강하지 않다는 심리) ▲우울증상 ▲불안증상 ▲편집증적 장애 ▲성격장애를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담심리사인 유실장은 “특히 국내 새터민들은 억압된 북한사회에서의 경험으로 인해 성격장애, 불안증상, 편집증적 장애를 심하게 앓고 있어 정신건강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 실장은 “북한 내 보편화된 인권유린, 유아기부터 적체된 욕구불만, 일주일 1회 실시하는 생활총화가 성격장애의 원인이 됐다”면서 “성격장애는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표현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탈북자들의 편집증세와 관련, “북한에는 매주 실시하는 생활총화 같은 상호 고발제도가 발달돼 있어 근본적으로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된다”며 “철저한 감시체제 하에서 생활한 탈북자들은 정상적인 대인관계를 가질 수 없을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 또 “누가 보위부 정보원인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 속마음을 말하지 못하는 불안한 생활을 한다”고 주장했다.
유실장은 또 “북한에서의 생활과 탈북과정에서 기아, 생활고, 가족의 죽음, 생이별, 극심한 공포 등으로 다수의 탈북자들이 불안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탈북 과정에서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한 증상으로 불안증상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현재 탈북자 정착지원이 경제지원에 치우치고 있는 가운데 탈북자들의 정신적 불안이 사회적응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옴에 따라 정부의 정책변화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공릉복지관 김선화 부장은 “탈북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정신병리적인 진단을 받을 만큼 심리적으로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골고루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한 통일부 정동문 정착지원과장은 “정부의 탈북자 지원정책이 물질 중심이었다”면서 “정부와 민간단체의 협력을 통해 탈북자 정신건강지원 모형을 개발하고, 탈북자들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밝혔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