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자회담 복귀 포석 까나?

▲ 박길연 유엔주재 북한대사

미국이 북한을 상대로 나름대로 유연성을 발휘하며 6자회담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섭 디트러니 미국 국무부 대북 협상특사는 15일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북한의 인권문제 등 다른 현안이 해결되지 않더라도 핵 포기 시 항구적인 안전보장을 해줄 용의가 있다”고 밝혀 주목된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를 전제로 동결에 들어가면 주변국들과 함께 잠정적인 안전보장을 제공한다는 입장을 지난 3차 6자회담부터 표명해오고 있다.

최근 뉴욕접촉에서도 이러한 입장을 북한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지난 11일(한국시간) 한∙미정상회담에서 당분간 평화적 해결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16일 송민순(宋旻淳) 외교부 차관보를 만나기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복귀시점은 알 수 없지만 “인위적 데드라인은 없다”고 분명히 했다. 또한, 최근 뜸해진 중국의 대북 설득 노력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지기를 촉구했다.

시한을 정확히 한계 지을 수 없지만 미국은 당분간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유도국면’을 설정한 것 같다. 뉴욕접촉과 대화, 한∙미 정상회담, 남북접촉, 중국과 북한 간 물밑 접촉을 최대한 활용해 마지막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충분한 명분 축적으로도 활용하겠다는 복안(腹案)이다.

현 상황은 유화국면 아닌 북한 유도국면

미국의 이러한 태도를 유화국면 조성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유화국면은 미국이 양보안을 제시하고 북한이 여기에 호응하는 국면이다. 그러나 미국의 제안은 양보가 아닌 북한을 향한 기회이자 경고의 양면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데드라인은 없지만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 없다’ ▲평화적 해결에 전력하지만 ‘새로운 선택이 임박했다’ ▲양자회담 횟수는 늘릴 수 있지만 ‘6자회담에 영향을 주는 양자협상은 없다’ ▲항구적인 안전보장을 해 줄 수 있지만 ‘인권문제, PSI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한도 일방적인 핵 보유국 공식화 행보에 부담을 느낀 것 같다. 여전히 ‘핵 보유 공식화’ 입장에서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지만, 국제사회의 제재와 외교적 고립은 당분간 피해가려는 모습이다. 남북교류를 통해 남한을 방패막이로 활용하려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뉴욕접촉을 통해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힌 것도 북한이 북핵 행보에 일시적 조정국면에 돌입했을 보여준다.

중국도 전형적인 비밀외교 스타일을 감안할 때 북한과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입장 조율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북핵 해결 과정에서 상당기간 한켠에 밀려나있던 한국은 남북회담이 재개되자 빈번한 남북접촉을 통해 북한 핵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북한 6자회담 일시적 복귀 가능성

북한은 6자회담 타결을 떠나 회담에 일시적으로도 복귀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최근 미국과 접촉에서 6자회담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면담한 자리에서 “최근 정세와 관련해서는 미국이 우리(북한)의 체제, 제도를 인정하면 우리도 미국을 우방으로 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시기와 내용 면에서 디트러니 특사의 항구적인 안전보장 의사에 대한 화답 형식을 띠고 있다.

한편, 한 대미소식통에 따르면 “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을 신뢰하지 않지만 마지막 기회를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만약 김정일 위원장이 현 상황을 오판하면 그가 상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미정상회담은 부시 대통령의 마지막 경고였다고 해석했다. 16일(현지시간)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유럽순방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공은 북한에게 넘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회담에 나오지 않는 것을 상상하지 않겠지만 모든 다른 대안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